지난 16일 서울 노원구의 청암중고등학교에서 열린 만학도들의 졸업식에서 동영상 한 편이 상영됐다. 영상에선 모자를 쓰고 목걸이를 걸친 래퍼 7명이 교실에서 공부하는 모습을 연출하며 속사포 랩을 쏟아냈다.
“공부하니 좋아죽을 것 같다가도, 눈이 침침 당장 때려치우고 싶다가도, 용기 내어 꿈을 향해 달려가지~.”
만학도들의 졸업을 축하한 래퍼 그룹은 ‘수니와 칠공주’. 경북 칠곡군에서 환갑 넘은 나이에 한글을 깨친 만학도 할머니들이 지난해 8월 결성한 그룹이다. 평균 나이는 85세, 리더는 박점순(82)씨다. 글을 읽고 쓸 줄 알게 되면서 할머니들은 방송을 통해 접한 랩에 꽂혔다. 이때부터 가사를 썼고, 한글 교실 강사와 래퍼 출신의 칠곡군 공무원이 도와 노래와 안무를 만들었다. 지금까지 7곡을 만들었고, 신문과 방송, 외신에도 나왔다.
이날 청암중고 졸업식에 축하 곡과 영상을 선물하게 된 것은 한덕수 국무총리와의 인연에서 비롯됐다. 작년 10월 부산 엑스포 유치를 응원하기 위해 할머니들이 총리실에 응원 영상을 만들어 보낸 것이다. 당시 한 총리는 감사 인사를 전했고, 영상은 총리실 유튜브 채널에 공개됐다. 이런 인연으로 한 총리는 지난달 “만학도 친구들의 졸업을 칠곡 래퍼 누님들이 축하해달라”고 축하 영상을 직접 부탁했다고 한다.
서울 청암중고는 지난 1966년 성북구(현 노원구) 중계동의 한 마구간에서 열린 야학인 ‘애덕학원’이 전신이다. 학생 17명으로 시작했던 애덕학원은 50여 년간 졸업생 1만3644명을 배출한 만학도들의 보금자리가 됐다. 이날도 평균 연령 70세의 만학도 296명이 졸업했다. 91세 졸업생도 있었다.
한 총리는 졸업식 후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직접 쓰신 가사에 웃음이 터졌다”며 “칠곡 누님들 고맙습니다. 청암고 졸업생 여러분 자랑스럽습니다”라는 감상을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