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 소년은 못 왔어도 왜가리는 왔어야 되는 거 아닌가요?”

10일(현지 시각) 제96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사회자 지미 키멀의 농담에 객석에서 웃음이 터졌다. ‘소년과 왜가리’(The Boy and The Heron)’는 올해 장편 애니메이션 수상작인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의 북미 개봉 제목이다. 강력한 경쟁작이던 ‘스파이더맨: 어크로스 더 유니버스’를 제치고 수상작으로 호명됐으나 정작 감독인 미야자키 하야오(83)가 시상식에 불참해 나온 농담이었다. 미야자키의 작품은 아카데미 후보에 4번 올라 두 번 수상했다. 첫 수상은 2003년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이었다. 이날 수상으로 미야자키 감독은 장편 애니메이션 부문 최고령 수상자가 됐다. 아카데미 전체 최고령 기록은 제임스 아이보리(96)가 갖고 있는 만 89세. 아이보리는 제90회 시상식 때 영화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으로 각색상을 받았다.

‘그대들’은 열한 살 마히토가 신비한 왜가리와 함께 시공간을 넘나들며 삶의 의미를 찾아가는 이야기다. 미야자키 감독의 어린 시절 자전적 이야기가 고백처럼 녹아들어 있다. 2002년 시상이 시작된 아카데미 장편 애니메이션 부문은 짧은 역사에 비해 다관왕이 많다. ‘업’ ‘소울’ 등을 만든 픽사 스튜디오의 피트 닥터는 4번 후보에 올라 3번 수상했으며, 2관왕은 미야자키 감독을 포함해 7명이나 된다.

이날 시상식에서는 미야자키 감독 외에도 야마자키 다카시 감독의 ‘고질라 마이너스 원’이 시각효과상을 가져가 일본 영화계가 들썩였다. 야마자키 감독은 수상 소감에서 “저의 수상은 누구든 오스카를 받을 기회가 있다는 걸 증명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