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일 강원 횡성군 횡성베이스볼테마파크에서 상동고 야구부 학생들이 경기를 마치고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상동고는 지난해까지 전교생 3명으로 폐교 위기에 놓였었지만, 야구부 창단으로 전교생이 30명으로 늘어나는 등 명맥을 이어가게 됐다. /정성원 기자

신입생이 없어 폐교 위기에 놓였다가 야구부를 창단하면서 명맥을 잇게 된 영월 상동고 야구부가 첫 공식 경기에 출전했다. 상동고는 지난 16일 강원 횡성군 공근면 횡성 베이스볼 테마파크에서 열린 ‘2024 고교야구 주말리그’에 참가해 강호 강릉고와 맞붙었다.

상동고는 첫 이닝부터 고전했지만, 선수들은 주눅이 들지 않고 자신들의 플레이를 이어갔다. 상동고 야구부가 정식 경기에서 기록한 첫 안타는 3회말 나왔다. 상동고 이현용 선수가 타석에 들어서자 더그아웃의 동료 선수들은 “안타 한 방 치자” “우리도 할 수 있다”고 소리치며 응원했다. 이 선수는 강릉고 투수의 공을 받아쳤고 이 공은 내야를 가로질러 안타가 됐다. 백재호 상동고 감독과 선수들은 환호했다.

선수들의 분투에도 상동고는 이날 7회 콜드게임으로 강릉고에 패했다. 하지만 상동고 야구부원들은 “값진 경험”이라며 웃었다. 주장 김민서(17)군은 “아쉽지만 더 노력해 내년에는 좋은 모습을 보여 드리겠다”고 했다.

야구부 창단 전인 지난해 상동고의 전교생은 3학년 학생 3명이 전부였다. 입학이 예정된 신입생도 없어 이 3명이 졸업하면 학교가 없어질 상황이었다. 그러나 동문과 지역 주민들이 “폐교되도록 두고볼 수 없다”며 전국 유일의 ‘공립 야구고’를 만들자고 뜻을 모았다.

작년 8월 야구부가 창단됐다. “누가 여기 영월까지 야구하러 오겠느냐”는 부정적 시각도 많았다. 그러나 ‘무상 야구 교육’ ‘야구 전문 교육’ 등을 내세우며 전국에서 선수들을 끌어모았다. 지난해 선수 15명이 상동고로 전학 왔고, 올해 신입생 15명이 야구를 하겠다며 상동고에 입학했다. 3학년 3명이 지난 2월 졸업하면서 현재 상동고 전교생은 1·2학년 30명이다. 모두가 야구부원이다.

상동고는 지난달 교육부에서 ‘자율형 공립고’로 선정됐다. ‘지역사회와 연계한 한국 최초의 야구 전문 고교’를 비전으로 제시한 전략이 주효했던 셈이다. 자율형 공립고는 학교와 지자체·대학·기업 등이 협력해 특성화 교육을 하며, 자율형 사립고나 특수목적고 수준의 자율성을 갖는다. 앞으로 5년간 매년 2억원씩 정부 지원도 받는다.

이로써 상동고는 당초 목표였던 ‘공립 야구고’에 한발 더 다가서게 됐다. 상동고 관계자는 “야구 선수뿐 아니라 체육 분야 여러 곳에 취직할 수 있도록 다양한 진로 교육도 할 계획”이라고 했다. 상동고 졸업생이면서 야구고 설립추진위원장을 맡은 이운식(63)씨는 “2027년 ‘공립 야구고’로의 전환을 목표로 뛰고 있다”면서 “야구 특성화 고교 탄생으로 상동고가 영원히 이어졌으면 좋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