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제81회 골든글로브상 시상식에서 남우조연상 후보에 오른 찰스 멜턴이 한국계 모친 수경 멜턴과 함께 시상식장으로 들어서고 있다. /게티이미지코리아

지난 1월 미국 샌타모니카에서 열린 제29회 크리틱스 초이스 어워즈에서 남우조연상을 받은 배우는 감사할 사람을 호명하다 “엄마, 내 영혼”이라고 말했다. 참석자 대부분이 못 알아들었을 한국어였다. 그는 이어 영어로 “이민자 어머니, 군인 아버지 슬하에서 자라며 늘 무언가의 절반인 것만 같아 방황하기도 했다”며 “그러나 이제는 안다, 저는 완전한 하나이며, 코리안 아메리칸이며, 그 사실이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그가 잠시 목이 멘 사이 큰 박수가 터졌다.

‘엄마’라는 한국어로 감사를 전한 배우는 찰스 멜턴(33). 그는 지난해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 경쟁작인 영화 ‘메이 디셈버’(13일 개봉)로 올해 유수의 시상식에서 남우조연상 20개를 휩쓸었다. 전미비평가협회·뉴욕비평가협회 등 작품성을 깐깐하게 보는 곳이 많았다. ‘메이 디셈버’는 13세 사모아계 남학생이 34세 미국인 여교사와 몰래 만나다 아이까지 낳았던 1990년대 실화가 바탕이다. 당시 여교사가 미성년자 성폭행으로 유죄 판결을 받아 온 미국이 떠들썩했다. 멜턴은 실화의 사모아 소년을 각색한 한국계 중년으로 등장한다. 그는 진실이라고 믿어왔던 인생이 스스로를 속여온 환영(幻影)에 지나지 않았음을 깨닫게 되는 연기를 탁월하게 보여줘 함께 출연한 관록의 배우 줄리앤 무어나 내털리 포트먼보다 더 많은 주목을 받았다.

그는 시상식 레드카펫마다 모친 수경 멜턴과 함께 섰다. 주변 배우나 지인들에게 직접 만든 김치를 선물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게 김치다. 어머니 집안의 60년 비법으로 만들었다”며 한국 문화를 소개한다. 최근엔 인터뷰를 요청한 뉴욕타임스(NYT) 기자를 아예 집으로 불러 김치 담그는 모습을 보여주고 김치를 통에 담아 선물로 들려줬다. NYT에 실린 그의 인터뷰 기사는 김치로 시작해서 김치로 끝난다.

영화 개봉에 맞춰 양친과 함께 한국을 찾은 그는 17일 오후 8시 서울 용산CGV에서 관객과 대화 시간을 가졌다. 멜턴은 객석을 가득 메운 관객 200여 명에게 “온 가족 20명이 좀 전에 함께 영화를 보고 다 같이 저녁을 먹고 있다”며 “한국에 와서 제 영화를 가족과 함께 보다니 꿈만 같다”고 말했다. 키 185㎝에 이국적인 분위기로 패션 브랜드 돌체 앤 가바나의 모델로 활동했던 그는 역할을 위해 몸무게를 18㎏이나 늘렸다. 그는 “밤마다 햄버거와 피자, 닥터 페퍼를 먹어가며 몸을 불렸다”며 “그 모든 과정을 거치며 더 나은 배우가 됐다”고 말했다.

최근 한국계 이성진 감독이 다시 연출을 맡은 넷플릭스 ‘성난 사람들’ 2번째 시즌에 그가 앤 해서웨이, 제이크 질런홀과 함께 캐스팅됐다는 보도가 나왔다. 출연이 사실이냐는 질문에는 잠시 곤란한 듯 웃더니 “아마도 곧 좋은 소식을 들려드릴 수 있을 것”이라며 “꼭 다시 제 영화를 들고 한국에 와서 한국 관객을 만나고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