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21일 한국에서 열린 MLB(미 프로야구) 서울시리즈는 야구 경기 자체만이 아니라 이색적인 이벤트를 찾아 몰려든 유명 인사들로 북적였다. ‘야구광’을 자처하는 국내 연예인들과 외교관, 재계 인사들까지 또 다른 의미로 ‘별들의 잔치’를 선사했다.

켄 그리피 주니어가 지난 20일 고척 스카이돔 3루수 쪽 사진기자석에서 사진 촬영할 준비를 하고 있다. /MLB 인스타그램

◇사진작가로 변신한 ‘MLB 전설’

결전을 치른 로스앤젤레스(LA) 다저스와 샌디에이고 파드리스는 미국 내에서도 거물 선수들이 많은 팀이다. 다저스 오타니 쇼헤이(30)나 무키 베츠(32), 파드리스 매니 마차도(32) 등은 MLB 내에서도 특급 선수들이다. 이 세 선수가 최근 맺은 계약 총액은 14억달러가 넘는다.

MLB 흘러간 옛 전설들도 고척스카이돔을 찾아 이 역사적인 경기를 지켜봤다. MLB 명예의 전당에 입성한 데이브 윈필드(73), MLB 통산 251승 투수 CC 사바시아(44) 등이 선수들과 즐겁게 대화했다. 야구계 원로 윈필드가 다가 오자 다저스 데이브 로버츠(52) 감독이 모자를 벗고 인사하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이색적인 장면을 보여준 MLB 전설은 켄 그리피 주니어(55)였다. 그는 아버지 켄 그리피 시니어(74)와 더불어 부자(父子) 빅 리거로 이름을 날린 선수다. 아버지는 1973년부터 1991년까지 MLB에서 선수 생활을 하면서 세 차례 올스타에 선정됐고, 두 번 월드시리즈 정상에 올랐다. 통산 2097경기 타율 0.296, 152홈런, 859타점, 200도루를 남겼다. 아들은 1989년부터 22시즌을 뛰면서 리그 역대 7위에 해당하는 630개 홈런을 때렸고 현역 시절 홈런왕을 네 번 차지했다. 시즌 MVP(최우수선수) 1회, 골드글러브 10회, 실버슬러거 7회, 올스타 13회 선정됐다. 1990년 9월 15일에는 아버지가 먼저 홈런을 치고 다음 타자로 나선 아들이 홈런을 치는 아직까지 세계 야구 역사상 유일한 부자(父子) 백투백 홈런을 기록하기도 했다.

2016년 MLB 명예의 전당에 입회한 그리피 주니어는 이번에 사진 기자 자격으로 방문했다. 그는 지난 21일 “한국이 야구를 진정 사랑한다는 것을 몸소 느꼈다”며 “한국은 처음인데, 관광을 참 많이 했다. 남산 타워가 가장 기억에 남고, 어제는 궁을 다녀왔다. 사진을 참 많이 찍었다”고 말했다. 야구 선수로 엄청난 업적을 남겼지만 지금 그는 ‘아마추어 사진작가’로 제2 인생을 즐기고 있다. 그 역시 한국 야구를 대표하는 부자 선수 이종범(54) 전 LG 코치와 아들 이정후(26·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도 알고 있었다. 이정후에 대해 질문하자 “빅리그에 입성했다는 건 이미 뛰어난 선수라는 사실을 증명했다는 의미”라면서 “자신 있게 평소대로 하면 된다(Just be yourself)”라고 조언했다. 이어 “(내가) 아버지 덕분에 (처음에) 이름을 알리는 건 어렵진 않았다”면서 “그래도 내가 해야 할 일을 해야 했다. 거울을 바라봤을 땐 (아버지는 안 보이고) 나만 보이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미·일 프로야구에서 활약한 일본 투수 마쓰자카 다이스케. /뉴스1

미국 MLB 스타들 외에도 일본 프로야구 스타들도 고척돔에서 볼 수 있었다. 미·일 프로야구에서 두루 활약한 투수 마쓰자카 다이스케(44)와 우에하라 고지(49), 일본 프로야구 역대 최고 포수로 꼽히는 후루타 아츠야(59) 등이 이번 경기를 관람했다. 은퇴한 한국 프로야구 선수들 중에는 1차전 시구를 한 ‘코리안 특급’ 박찬호(51) 외에도 류현진(37·한화), 김병현(45), 홍성흔(48), 김경문(66) 전 야구 대표팀 감독 등이 나타났다.

21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MLB 월드투어 서울 시리즈 2024’ LA 다저스와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의 경기. 그룹 여자아이들이 축하공연을 펼치고 있다./스포츠조선 정재근 기자

◇가수·배우들과 재계 총수도 야구 삼매경

‘서울시리즈’를 다채롭게 장식한 건 연예인들도 한몫했다. 1·2차전 사전 공연을 여자 아이돌 밴드 에스파와 아이들이 각각 담당했다. MLB 선수들도 몸을 풀다 말고 이 공연 광경을 관심 있게 지켜봤다. 한국계 미국인 가수 박정현(48)과 아이돌 그룹 엑소 백현(32)은 경기에 앞서 미국 국가(國歌)와 애국가를 불렀다.

배우 현빈(아래 줄 오른쪽부터)·손예진 부부와 배우 공유(위 줄 오른쪽부터), 이동욱. /뉴스1

드라마 ‘사랑의 불시착’에 함께 출연해 인기를 얻고 지난 2022년 3월 부부가 돼 득남한 현빈(42)·손예진(42)과 파드리스 유니폼을 입은 배우 공유(45)와 이동욱(43)도 2차전을 지켜봤다. 대전 출신으로 한화 팬을 자처하는 배우 송중기(39)는 아내 케이티 루이즈 사운더스(40)와 함께 귀빈석에 서 있는 모습이 카메라에 잡혔다. 송중기는 박찬호와 친분을 과시하며 대화를 나눴다. 배우 지성(47)·이보영(45) 부부, 가수 지드래곤(36), 배우 차은우(27) 등도 소셜미디어 등에서 경기장에 있는 모습을 공개했다.

'코리안 특급' 박찬호(왼쪽)와 배우 송중기. /정재근 스포츠조선 기자
배우 차은우. /차은우 인스타그램

프로야구 한국 롯데 자이언츠와 일본 지바롯데 구단주이기도 한 신동빈(69) 롯데그룹 회장은 가족과 함께 2차전 현장을 찾았다. 경기 전 그라운드까지 내려와 팬들과 악수를 하고 로버츠 감독과 담소를 나눴다. 주변 기념 촬영에도 응했다. 신 회장 아내 시게미쓰 마나미씨는 다저스 점퍼와 모자를 착용하고 함께했다. 필립 골드버그 주한 미국 대사, 아이보시 고이치 주한 일본 대사는 정병원 외교부 차관보와 함께 1차전을 관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