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전 대통령이 25일 오전 천안함 폭침 14주기를 맞아 대전 국립현충원을 찾았다. 재임 중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 도발이 벌어진 후 이 전 대통령은 “통일이 되는 날까지 매년 전사자 묘역을 찾겠다”고 약속했는데 이 약속을 지키기 위해 다시 찾은 것이다.
이 전 대통령은 이날 대전현충원에서 현충탑에 참배를 마치고 방명록에 “천안함 46용사의 나라 사랑 마음과 고귀한 희생을 우리는 영원히 잊지 않을 것”이라고 적었다. 천안함은 이 전 대통령 임기 중이었던 2010년 3월 26일 북한 어뢰에 피격돼 격침됐다. 당시 우리 해군 46명이 전사하고 구조 작전 중 한주호 준위가 숨졌다.
이날 이 전 대통령은 천안함 46용사 묘역을 참배하고 묘석을 하나하나 둘러보며 일부 묘석은 어루만지기도 했다. 고(故) 김태석 원사의 묘역에 이르러서는 “김 원사의 장녀 해나양이 해군장교 임관을 준비 중”이라며 “아버지가 딸을 정말 자랑스러워하시겠다”고 말했다. 김태석 원사는 세 딸을 뒀다. 막내 김해봄양은 지난 22일 경기 평택 해군 제2함대사령부에서 열린 ‘서해수호의날’ 행사에서 ‘아빠에게 보내는 편지’를 낭독했다. 이 전 대통령은 고(故) 민평기 상사의 묘역에서는 모친 윤청자 여사가 보상금 전액을 군에 기부한 사실을 언급하며 “(윤청자 여사는) 모두가 본받아야 할 분, 정말 대단하신 분”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날 한주호 준위의 묘석을 어루만지면서는 “구조 작업을 할 때 방문해서 한 준위를 만났는데, 그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면서 눈시울을 붉혔다. 이어 서해교전 및 연평도 포격 전사자 묘역으로 이동해 서정우 하사 등을 참배하며 안타까움을 전했다. 이 전 대통령은 “북한의 동태가 심상치 않다. 백령도를 비롯해 연평도 등 우리 군이 만반의 준비 태세를 갖춰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 전 대통령은 재임 당시 “살아있는 동안 매해 천안함 용사들의 기일에 반드시 국립현충원을 찾겠다”고 약속했다. 이 전 대통령 측은 “14주기 중에 구속·수감돼 있었던 2018~2022년 5년을 제외하면 이 전 대통령은 매년 대전현충원을 찾았다”며 “수감 중에는 대통령실 인사들에게 당부해 당신 대신 참배해달라고 해 매년 찾아갔다”고 했다. 이 전 대통령은 2022년 12월 신년 특별사면으로 사면·복권됐는데, 첫 공식 일정으로 지난해 3월 대전현충원을 찾아 천안함 46용사 묘역, 연평도 포격 도발 희생자 묘역, 제2연평해전 전사자 묘역을 참배했다. 당시 그는 “이제라도 찾을 수 있어 참 다행”이라고 소회를 밝혔었다.
이 전 대통령은 천안함 폭침이 벌어진 지 약 한 달 뒤인 2010년 4월 19일 추모 연설에서 전사자 46명의 이름을 일일이 호명했다. 당시 이 전 대통령은 “사랑하는 천안함 장병 여러분, 통일이 되고 이 땅에 진정한 평화와 번영이 오면 우리 국민들은 여러분의 희생을 다시 한번 기억할 것입니다. 당신들이 사랑했던 조국은 여러분을 결코 잊지 않을 것입니다”라고 했다.
이날 이 전 대통령의 현충원 참배에는 이재오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장, 정정길·하금열 전 대통령실장, 김경한 전 법무부장관, 장다사로 전 총무기획관을 비롯해 23명의 이명박 정부 인사들이 참석했다. 이 전 대통령은 4월 총선과 관련해서는 “자유민주주의가 발전할 수 있도록 좋은 선택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