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치성 질환으로 고통받던 전 마라톤 선수 이봉주가 4년 만에 달렸다. 투병 중 “건강이 회복되면 다시 달리는 게 소원”이라고 했던 그는 결혼기념일인 21일 처가가 있는 강원도 삼척에서 다시 뛰는 꿈을 이뤘다. 그의 곁은 평생 동지 황영조가 지켰다.
이봉주는 21일 삼척 엑스포 광장에서 열린 ‘제28회 삼척 황영조 국제마라톤대회’에서 출발선에서 약 150m가량을 달렸다. 황영조 국민체육진흥공단 감독도 이봉주의 곁을 지키며 함께 달렸고, 대회에는 15개국 외국인 200여명 등 5000여 명이 함께했다고 한다.
강원일보 유튜브 채널에는 많은 참가자 사이에서 ‘11342′ 번호를 달고 웃으며 달리는 이봉주의 모습이 담긴 영상이 올라왔다. 이봉주는 “오늘은 제가 삼척의 사위가 된 의미 있는 날이다. 결혼기념일”이라며 “늘 저와 동행하셨던 장인어른이 지난해 돌아가시면서 함께 못 오게 되어서 아쉽다. 장인어른도 여기 어딘가에 오셔서 축하해주고 계실 것”이라고 했다.
몸 상태에 대해선 “지금 많이 좋아졌다. 보시다시피 작년보다 좋아지고 있다. 100% 좋아진 건 아니고 60% 정도”라며 “계속 좋아지고 있으니까 앞으로 더 좋아져서 10km, 하프, 풀코스까지 완주하는 몸을 만들고 싶다”고 했다.
이봉주는 2020년 근육긴장 이상증 진단을 받았다. 근육긴장이상증은 특정 근육이 멋대로 긴장·수축해 비정상적 자세로 신체가 고정되는 질병이다. 그는 이 병으로 등이 굽고 목이 90도로 꺾이는 모습을 보여줘 대중의 안타까움을 사기도 했다. 그는 2021년 척수지주막낭종 제거 수술을 받았고, 수술 후 재활에 힘써왔다.
그러다 지난 3월 이봉주는 MBN ‘알토란’에서 굽었던 허리를 곧게 편 채 등장해 건강을 회복했다며 근황을 알렸다. 이봉주는 “병원에서 자세한 검사를 하다가 척추 쪽에 낭종이 있는 것을 발견하게 됐다”며 “낭종을 제거하면 지금보다 70~80%의 좋아질 수 있다고 해서 6시간이 넘는 수술을 받았다”고 했다.
힘든 투병 생활에 힘이 되어준 건 아내였다. 아내는 이봉주의 곁에서 “코로나19가 끝나면 꼭 뛰는 모습을 보여주자” “뛰는 몸을 만들어야 된다” “계속 재활해야 한다”라며 끊임없는 응원을 보냈다고 한다.
이봉주는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 은메달, 1998년 방콕 아시안게임 금메달, 2001년 보스턴 마라톤 우승, 2002년 부산 아시안게임 금메달 등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이봉주는 마라톤 한국 신기록 3회 달성에 빛난다. 2시간 7분 20초의 기록은 23년째 깨지지 않고 있다.
2009년에는 체육훈장 중 최고등급인 청룡장을 수상했다. 은퇴 후에는 대한육상연맹 임원으로 활동했다. 대한체육회는 2022년 그를 ‘대한민국 스포츠영웅’으로 선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