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받은 사랑, 그대로 아이들에게 전해주고 싶어요.”
2000년 12월 7일 대전 동구의 한 파출소 앞. 눈이 내리는 영하 3.5도 날씨에 바구니에 담겨진 한 살짜리 여자아이가 발견됐다. 곧 대전 중구 한 영아 시설로 옮겨졌다. 시설에서는 아이의 이름도 태어난 날도 몰라 ‘빛나는 아이로 성장하라’는 뜻으로 금빛나라고 부르고, 생일은 발견한 날로 했다. 일곱 살 되던 해 아이는 근처 보육원으로 다시 이동했다. 그곳에서 자란 아이는 성인이 돼 대학을 졸업하고 사회복지사가 됐다. 그는 자신이 자란 보육원으로 돌아가 3년째 아이들을 돌보는 부모 역할을 하고 있다.
사회복지사가 되겠다고 결심한 것은 보육원의 한 선생님 덕분이다. 금빛나(25)씨는 “평소에도 잘해주셨지만, 설이나 추석 같은 명절때 나를 집으로 데려가 전도 먹여주시고 전통놀이도 하게 하는 등 가족의 따뜻함을 느끼게 해주셨다”며 “입양을 생각해본 적이 없을 정도로 행복했다. 나중에 꼭 그 선생님처럼 아이들의 꿈과 희망이 되겠다고 다짐했다”고 말했다.
금씨는 일곱 살이 되던 해부터 아동복지 전문기관인 초록우산에서 매월 10만원씩 지원을 받았다. 금씨는 열다섯 살 때부터 이 돈을 모아 문제집을 사서 공부해 대전의 한 대학 사회복지학과에 들어갔다. 그는 “후원자님들 덕분에 어린 시절을 잘 보낼 수 있었다”면서 “어릴 적 받은 사랑과 관심을 아이들에게 되돌려주고 싶다”고 했다.
보육원 아이들과 같은 처지였기에 아이들을 더 잘 이해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보육원 아이 중 학교에서 고아라고 놀림 받으며 왕따를 당하는 아이가 있는데 나도 중학생 때 같은 일을 당한 적이 있었다. 부모가 없는 건 본인이 선택한 길이 아니니 상처받지 말고 당당해지라고 했다”면서 “바뀌지 않는 과거에 얽매이지 말고 자신이 바꿀 수 있는 미래에 더 신경 써야 한다고 아이들에게 말하곤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