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현지시각) 한국과 중국의 남자 양궁 단체전 준결승전에서 3세트 마지막발을 앞둔 김제덕 선수의 오른손에 벌이 앉았다./MBC

올림픽 단체전 3연패를 달성한 한국 남자 양궁의 김제덕(20·예천군청)이 손등에 벌이 앉아도 흔들리지 않는 모습으로 10점을 쏴내 화제다.

한국 남자 양궁 대표팀 김우진(청주시청), 이우석(코오롱), 김제덕은 29일(현지시각) 프랑스 파리 앵발리드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양궁 리커브 남자 단체 결승 한국과 프랑스의 경기에서 세트스코어 5-1로 금메달을 획득했다.

한국은 같은날 치러진 8강에서 일본을 세트스코어 6-0으로 완파했지만, 중국과의 준결승전 맞대결에서는 어려움을 겪었다.

중국과의 1세트에서 한국은 첫 3발을 9점-9점-8점을 쏴 다소 아쉬운 점수를 냈다. 결과는 54-54 동점으로 중국과 1점씩을 나눠가진 채 출발했다. 곧 한국은 2세트에서 57-54로 승점 2점을 가져왔다.

이어진 3세트에서 한국은 마지막 2발을 남긴 채 36-53 스코어가 됐다. 남은 두 발에서 18점만 올리면 결승에 오를 수 있는 상황이었다.

이때 사선에서 슛자세를 취하고 있던 김제덕에게 벌이 찾아왔다. 벌은 활 시위를 잡은 김제덕의 오른손등에 앉아 있다가 곧 조준점 사이를 날아다녔다. 이 모습은 TV 중계화면에도 고스란히 포착됐다.

김제덕(가운데)이 29일(한국시간) 프랑스 파리 앵발리드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양궁 남자 리커브 단체 중국과의 준결승전에서 10점을 쏜 뒤 포효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우석, 김제덕, 김우진. /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김제덕은 흔들리지 않았다. 당시 김제덕의 분당 심박수(bpm)는 80bpm대로 일반 성인이 휴식을 취하는 상태에서 나타나는 평온한 심박수를 유지했다. 조준 시간이 평소보다 길어졌지만 침착하게 조준을 마친 김제덕은 활을 쐈고, 활은 정확하게 10점 과녁에 꽂혔다. 사실상 한국의 결승행을 확정지은 순간이었다. 이어 김우진도 10점을 쏘면서 한국은 중국을 꺾고 결승에 올랐다.

김제덕은 경기 후 인터뷰에서 당시 상황과 관련해 “사선에 들어가려고 하는데 벌이 있었다. 쫓아낸 다음에 섰는데 벌이 그대로 따라오더라. 입술에 뽀뽀를 했다고 해야 하나. 입술에 붙었었다”며 “‘올림픽이다’라는 생각을 하면서 ‘(팔을) 내릴 수가 없다. 안 쏠 수가 없다’는 마음가짐이 컸다. 어떻게든 잡아서 10점을 쏘고 싶었다”고 떠올렸다.

그러면서 “그 한 발에 따라 분위기가 달라질 수 있었다. 피해를 끼치기 싫어서 끝까지 잡고 쐈다. 10점을 넣을 수 있을 것 같다는 느낌도 들었다”며 “믿음을 가지고 쐈던 10점이 저한테는 좋은 감각이 나왔던 것 같다”고 말했다.

갑자기 찾아온 벌의 방해에도 10점을 쏜 김제덕의 모습을 본 네티즌들은 “훈련을 얼마나 했으면 손에 벌이 앉아도 평정심을 유지하면서 10점을 쏘나” “옛날엔 선수들이 뱀 두르고 활 쏘는 연습도 했다는데 그래서 끄떡도 안하나보다” “오래 걸려서 보는 내가 긴장했는데 정작 김제덕 선수는 평온하게 쏘는 거 보고 감탄했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한편 김제덕은 만 17세로 출전한 2020 도쿄올림픽에서 남자 단체전과 혼성전에서 금메달을 획득해 한국 남자 양궁 최연소 금메달리스트가 됐다. 이번 대회 단체전까지 올림픽 금메달 3개를 기록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