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딴 메달도 이제는 과거입니다.” 2024 파리 올림픽에서 남자 단체전, 혼성 단체전, 남자 개인전까지 3관왕을 석권한 김우진(32‧청주시청)의 경기 후 발언이다.
김우진은 4일(한국 시각) 프랑스 파리 앵발리드에서 열린 파리 올림픽 양궁 남자 개인전 결승에서 미국의 브레이디 엘리슨과 슛오프 끝에 6-5로 이겨 금메달을 땄다. 마지막 한발 승부에서 김우진의 화살이 과녁 정중앙으로부터 엘리슨보다 4.9㎜ 가까웠다. 이 결과로 김우진은 남자 양궁 선수로는 처음 양궁 3관왕에 이름을 올렸다. 아울러 개인 통산 5번째 메달을 따내며 동계·하계를 통틀어 한국 역대 최다 금메달리스트가 됐다.
김우진은 세계 최고 궁사로 인정받는 순간에도 들뜨지 않고 다음 대회를 바라봤다. 그는 시상식 직후 믹스트존에서 “아직 은퇴 계획이 없고 선수 생활 계속 이어갈 생각”이라며 “오늘까진 즐기지만 내일부턴 과거가 되기 때문에 새로운 목표를 가지고 전진하겠다”고 했다.
그는 경기 후 인터뷰에서도 비슷한 말을 꺼냈다. ‘역사가 된 소감’을 묻는 말에 “오늘 개인전 메달을 따서 (역사의) 페이지엔 남겠지만 시간은 남지 않는다”며 “LA올림픽까지 노력할 생각이다. 여느 선수와 똑같이 금메달 땄다고 달라질 것 없이 저는 그저 양궁선수일 뿐”이라고 했다.
‘후배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냐’는 질문에는 “메달을 땄다고 해서 젖어있지 말고 시간은 흐른다. 다음은 또 다른 누군가 주인공이 된다. 그 주인공이 본인이 되려면 발 빠르게 맞춰서 가야 한다”고 했다. 이어 “메달을 딴 순간을 즐기되 그 후에 다시 운동선수로 돌아오면 된다. 젖어도 해 뜨면 다시 마른다”고 했다.
냉철하지만 자신이 이룬 성과에 자신감을 잃진 않았다. 그는 ‘이제 G.O.A.T’(Greatest Of All Time·역사상 최고의 선수)라 불려도 되지 않느냐’는 말에 “이제 당당히 그 이름을 받을 수 있는 자격을 얻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했다. 이어 “‘G.O.A.T’란 칭호가 욕심났지만 그 칭호를 얻는 것 자체가 쉽지 않았다. 이번에 마지막 남은 퍼즐 조각을 맞추면서 그 칭호를 얻게 된 것 같다”고 했다.
김우진의 이런 수상 소감은 온라인상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네티즌들은 “이런 마음가짐이어야 하계 최다 금메달 가진 선수가 되나 보다” “냉철하고 정확히 바라보고, 최선을 다하고 현재에 안주하지 않는다. 겸손하지만 실력에 대한 자신감이 느껴진다” “인터뷰가 인상적이다. 오늘도 내일이면 과거가 되니 정진하는 마음 배워야겠다” “그 마음가짐이 지금의 결과물을 만든 듯” “월드클래스의 마음가짐” 등의 반응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