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올림픽 여자 유도 57㎏급 은메달과 유도 혼성 단체전 동메달을 목에 건 허미미(22) 선수가 귀국 후 메달을 들고 가장 먼저 찾아간 곳은 독립운동가인 5대 조부 허석 의사의 묘소였다.
허 선수는 6일 오전 대구 군위군 삼국유사면에 있는 허석 의사 묘소를 찾아 참배했다. 허 선수의 5대 조부인 허석 의사는 일제강점기 당시 항일 격문을 붙이다 옥고를 치른 독립운동가다. 1982년 대통령표창, 1991년 건국훈장 애국장이 추서됐다.
“할아버지 메달 따 왔어요. 다음에는 금메달 갖고 올게요.”
허 선수는 이날 허석 의사 묘소의 추모비에 올림픽 은메달과 동메달을 내려놓으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취재진에게 “제일 먼저 여기 와서 할아버지에게 메달을 보여 주고 싶었다. 할아버지가 살아계셨다면 정말 기뻐해 주셨을 것 같다”고 했다.
취재진이 독립운동가의 후손으로 태극 마크를 달고 출전해 메달을 땄을 때 기분이 어땠느냐고 묻자, 허 선수는 “처음엔 부담감도 있었지만 지금은 한국 대표로 나가 시합하는 게 정말 행복하다”며 “앞으로도 더 열심히 운동해 4년 뒤엔 금메달을 꼭 따겠다”고 했다.
허 선수는 한국인 아버지와 일본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재일교포 3세다. 한국과 일본 이중국적으로 일본에서 유도를 시작했다. 전일본 중학 유도선수권에서 우승했고, 고교생 시절에도 일본에서 이름난 유망주였다고 한다. 하지만 ‘태극마크를 달고 선수 생활을 하면 좋겠다’는 할머니의 유언을 지키기 위해 2021년 경북도체육회에 입단했고, 한국 국적을 선택했다.
그 과정에서 허 선수의 할아버지인 허무부씨가 허석 의사의 증손자라는 것을 알게 됐다고 한다.
김정훈 경북도체육회 감독은 “2년 전 허 선수와 이곳을 찾아 좋은 결과를 갖고 다시 오자고 했는데 결국 이뤄내 기특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