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도 여자 57kg에서 은메달, 혼성 단체전에서 동메달을 딴 허미미 선수가 5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제2터미널을 통해 귀국한 뒤 메달을 들어 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2024 파리올림픽에서 개인전 은메달과 단체전 동메달을 목에 건 유도 대표팀 허미미(22·경북체육회)가 독립운동가이자 현조부인 허석(1857∼1920) 지사의 추모기적비를 찾는다.

허미미는 파리올림픽 일정을 끝내고 5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한 뒤 “올림픽 메달을 따면 현조 할아버지께 보여드리고 싶었다”며 “내일 참배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허석 지사의 추모기적비는 대구광역시 군위군에 있다. 허미미는 6일 이곳을 찾아 참배할 계획이다.

허미미는 귀국 인터뷰 도중 한국 국적 선택에 결정적인 영향을 준 할머니를 떠올리기도 했다. 그는 “(할머니 뜻을 따라) 한국 선택을 잘한 것 같다”며 “아쉽게 은메달을 땄지만 할머니 생각이 많이 났다”고 했다. 이어 “한국 국가대표로 경기에 나가 행복함을 느꼈다”며 “다음 올림픽까지 열심히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허미미는 한국인 아버지와 일본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재일교포 3세다. 일본에서 나고 자라 유도를 배웠다. 중학교 땐 전국구 선수로 성장해 일본 유도의 최대 유망주로 꼽혔다. 그런 그가 한국 국적을 택한 건 2021년이다. 가슴에 태극마크를 달았으면 좋겠다는 할머니 유언에 따라 일본에서의 선수 생활을 청산한 뒤 한국행을 택했다.

이후 경북체육회 유도팀에 입단하는 과정에서 자신이 독립운동가 허석 지사의 5대손임을 알게 됐다. 허석 지사는 일제강점기 당시 항일 격문을 붙이다가 옥고를 치렀고 1991년 건국훈장 애국장이 추서됐다.

허미미는 2022년 꿈에 그리던 태극마크를 달아 국제대회마다 굵직한 성과를 냈다. 2024 세계선수권대회에선 여자 57㎏급 깜짝 우승을 차지하면서 유력한 올림픽 금메달 후보로 꼽혔다. 기대한 대로 파리올림픽 결승에 올랐으나 석연치 않은 판정으로 세계 1위 크리스티 데구치(캐나다)에게 석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