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일 동포 초등학생 136명이 서울에서 모국의 역사·문화를 체험하는 제11회 ‘어린이 잼버리’가 4~7일 서울에서 열렸다. 이 잼버리는 2001년 재일본대한민국민단(민단)이 재외 동포 어린들에게 한국어와 한국 문화를 소개하고 조국의 뿌리를 기억케 하자는 취지로 마련해 격년으로 열리던 행사다.
올해 행사는 문재인 정부 시기인 2018년 이후 6년 만에 처음으로 열렸다. 민단 관계자는 “2019년 일본의 소부장(소재·부품·장비) 수출 규제 조치를 시작으로 한일 관계가 급속히 냉각하면서 잼버리 개최가 어려워졌다”고 했다.
한성 백제 유적인 송파구 몽촌토성을 지나는 버스에서 인솔자는 “시시하다라는 뜻의 일본어(구다라나이·くだらない)는 ‘백제에 없는 건 시시한 것’이라는 의미가 있다”며 고대 백제와 일본 간 연관성을 설명했다. 이시한(12)군은 일제 강점기 때 일본으로 건너온 증조할머니 이야기를 하며 “할머니 때가 아니라 1000년도 전에 한국인들이 일본으로 왔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다”고 했다.
홍소나(11)양은 재일한국인기념관에서 2차 세계대전 종전 직후 재일 동포들의 암시장이었던 쓰루하시 시장 모형을 관람했다. 조선인들은 1920년대 중반부터 이곳에 모였고, 해방 후에도 이곳에 남아 한복과 한식 식재료를 팔았다. 한류 붐 이후 쓰루하시 시장은 한국 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관광 명소로 발전했다.
홍양은 “부모님의 카페가 있는 쓰루하시 시장이 이전에는 ‘돼지 치는 들판(이카이노·猪飼野)’으로 불렸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다”며 “시장이 지금처럼 변하기까지 조상들이 고생을 많이 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광화문 이순신 장군 동상을 바라보던 이유마(10)양은 “평소 일본어를 사용하고 일본 학교에 다니다 보니 내가 한국인임을 잊고 살았는데, 한국에 오니 느낌이 다르다”고 말했다. 이양의 할아버지는 평소 “너도, 네 부모도 한국인이다. 잊지 마라”고 자주 말했다고 한다.
소도시 오카야마에 산다는 김상내(12)양은 “‘자이니치(재일한인)’들은 대부분 오사카에 몰려 살기 때문에 재일 동포 친구들을 만날 기회가 없었다”면서 “이번 기회로 친구들을 만나서 좋다”고 말했다. 김이중 민단 단장은 “재일 동포 초등학생 잼버리는 학생들이 자신의 뿌리를 찾고 동향 학생들과 화합한다는 점에서 향후 한일 관계와 관계없이 지속돼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