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부 피해자 문제를 다룬 소설을 쓴 배우 차인표는 “처음엔 소설로 복수를 하고 싶어 집필을 시작했다”면서도 위안부 문제를 해결할 방법은 복수가 아니라고 했다. 차인표가 작가로서 쓴 장편소설 ‘언젠가 우리가 같은 별을 바라본다면’은 최근 영국의 명문 옥스퍼드 대에서 필수도서로 선정해 화제가 됐다.
13일 아리랑TV에 따르면 차인표는 오는 14일 방송되는 아리랑TV 광복절 특집방송에 출연해 자신이 소설을 쓰기 시작한 이유 등을 밝혔다.
차인표는 ‘수많은 소재 중 왜 하필 위안부를 첫 소설의 소재로 선택했느냐’는 질문에 “캄보디아에서 55년 만에 돌아온 위안부 훈 할머니의 입국장면을 본 뒤 소설로 복수하고 싶어 집필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차인표는 “신혼 시절이었던 1997년, 집에서 TV를 보다가 훈 할머니의 입국 장면을 봤다”면서 “16세에 일본군에 끌려갔던 한 소녀가 광복 이후에도 수치심에 고향에 돌아오지 못하고 55년을 캄보디아 정글에서 숨어 살았다. 죽기 전에 집에 돌아가고 싶어 돌아온 것”이라고 했다.
이어 “당시 입국장에서 아리랑을 부르던 훈 할머니를 보고 슬픔, 분노, 실망, 굴욕 등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감정에 마음이 아팠다”면서 “‘만약 이 소녀들을 빼앗기지 않고 어떻게든 고향에 머물게 했더라면 어땠을까?’라는 질문으로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소설을 완성하는데 10년이 걸리고, 처음 기획과 달라진 이유에 대해서는 “처음 줄거리는 강한 호랑이 사냥꾼이 일본군들을 모두 물리치고 복수하는 내용으로 매우 간단했다”며 “50페이지 정도 작성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당시 쓰고 있던 중고 노트북이 고장이 나면서 폭발해 버렸다. 나는 그걸 ‘이렇게는 쓰지 말라’는 계시로 이해했다”고 했다.
그 뒤 6년의 공백 기간을 가진 후 다시 소설을 쓰게 된 차인표는 “한동안은 연기에만 집중했는데, 2006년 당시 두 아이의 아버지가 되면서 ‘내 아이들에게 고통스러운 위안부 역사를 어떻게 설명할까’를 고민하게 됐고, 아이들이 읽을 수 있는 책을 쓰기로 결심하게 됐다”고 밝혔다.
차인표는 “100년 전 문제가 아직도 진행 중인 이유는 한 시대의 고통이 충분히 공감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본다”면서 “한국인이든 일본인이든 세계 어느 사람이든 함께 모여 위안부의 고통을 충분히 공감한다면 강제된 사과가 아닌 진정한 사과가 나오고, 다음 세대를 위한 진정한 화해가 나올 것”이라고 했다.
차인표는 소설을 집필하는 기간 많은 도움을 주었던 가족에 대해서도 고마움을 표했다.
차인표는 “초보 소설가들은 잘 아시겠지만, 소설을 쓰다보면 ‘이런 건 아무도 읽지 않을 거야, 그만 둬’라고 말리는 내면의 목소리와 맞서 싸워야 했다”면서 “그럴 때마다 아내인 배우 신애라가 ‘당신은 좋은 작가가 될 것’이라고 응원해줬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