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빌 게이츠'라 불리는 마이크 린치 오토노미 창업자. /로이터 뉴스1

‘영국의 빌 게이츠’라고 불리던 테크 거물 마이크 린치(59) 오토노미 창업자가 이탈리아 시칠리아섬 앞바다에서 일어난 요트 침몰 사고로 실종됐다.

19일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을 종합하면, 이날 오전 4시쯤 시칠리아섬 포르티첼로 항구에서 약 700m 떨어진 해역에 정박 중이던 53m 길이 호화 요트가 폭풍우에 휘말려 침몰했다. 이 요트에는 승객 12명과 승무원 10명이 탑승했고, 사고로 선상 요리사 1명이 숨지고 린치를 포함한 6명이 실종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사고 당시 기상 이변에 따른 갑작스러운 돌풍이 일며 요트의 돛대가 부러졌고, 선체가 옆으로 기운 후 단 몇 분 만에 배 전체가 164피트(약 50m) 깊이 바닷속으로 가라앉았다.

생존자들은 린치가 오랫동안 싸워온 법정 다툼에서 무죄판결을 받은 것을 기념하기 위해 이번 요트 여행을 계획했다고 밝혔다. 린치는 2011년 자신이 창업한 소프트웨어 업체 오토노미를 미국 휼렛패커드(HP)에 110억달러(약 14조7000억원)에 매각했다. 하지만 매각 직후 오토노미의 실적 하락으로 HP는 막대한 손실을 보게 됐고, 이 거래는 ‘실리콘밸리 역사상 최악의 거래’로 기록됐다. 이에 2018년 미국 연방 검찰은 린치가 오토노미 매각 과정에 기업 가치를 부풀렸다며 사기 혐의로 기소했다. 지난 6월 샌프란시스코 법원은 그에게 무죄 선고를 내렸다.

축하 파티였던 만큼 호화 요트에는 린치의 가족을 비롯한 재계·법조계 거물들도 탑승하고 있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실종자 중에는 모건 스탠리 인터내셔널 회장 조너선 블루머와 린치의 변호를 맡았던 유명 글로벌 로펌 ‘클리퍼드 찬스’의 크리스토퍼 모빌로 파트너 변호사도 포함됐다. 또 린치의 두 딸 중 한명인 해너 린치(18)도 실종된 것으로 전해졌다. 함께 탑승했던 린치의 아내는 가까스로 구조됐다.

린치는 1996년 당시 생소했던 비정형 데이터를 처리하고 분석하는 소프트웨어를 제공하는 오토노미를 창업했다. 이 소프트웨어는 이메일, 문서, 오디오 파일, 소셜미디어 게시물 등 대량 데이터를 효율적으로 관리하고 중요한 시사점을 도출한다. 오늘날의 머신 러닝·인공지능(AI) 기술 발전에도 기여할 정도로 획기적인 것으로 평가된다. 린치는 세계를 선도하는 소프트웨어를 만든 몇 안 되는 영국인으로 꼽히며 2006년 대영제국훈장(OBE)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