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올림픽 동메달리스트 임애지(25‧화순군청)가 국내대회의 체급 세분화 문제를 언급하며 눈물을 흘렸다. 임애지가 딴 동메달은 여자 복싱 최초의 메달이자 한국 복싱이 2012 런던 대회 이후 12년 만에 수확한 메달이다.
임애지는 4일 방송된 MBC ‘라디오스타’에서 “국제대회 끝나면 국내 대회를 준비해야 하는데, 전국체전의 여자 체급은 3개뿐”이라고 했다. 2024 전국체전 체급표를 보면, 남자는 49㎏ 이하부터 91㎏ 이상까지 10개 체급으로 나뉘어있다. 반면 여자는 51㎏, 60㎏, 75㎏ 세 개뿐이다.
파리올림픽 복싱 여자 54㎏급에서 활약한 임애지는 “현재 증량을 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전국체전에서) 60㎏급으로 뛰고, 끝나면 다시 또 국제대회를 위해 54㎏까지 감량해야 한다”고 했다. 10년 전부터 체급 세분화 논의가 이뤄지긴 했지만, 2024 전국체전에서도 이뤄지지는 않았다고 했다.
임애지는 “살을 빼고 찌우고를 반복하다 보니까 호르몬 불균형으로 인한 건강 문제가 생겼다”며 “어느 순간부터 운동선수가 아니라 사람으로서의 나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됐다”고 했다. 이어 “사람 임애지의 삶을 생각했을 때 ‘내가 임신을 못하게 되면 어떡하지?’ 이런 생각까지 하게 됐다”며 “이래서 선수들이 포기하는구나 싶었다”고 했다.
그는 “그래서 내가 체급이 생기게 만들어야겠다 싶어서 메달을 따면 꼭 이야기해야지 생각했다”고 했다. 임애지는 준결승에 진출해 동메달을 확보한 후 인터뷰에서 “한국에는 체급이 없다. 증량과 감량을 반복하면서 ‘내 정체성이 뭘까’라는 생각을 했다”고 말하며 눈물을 흘렸었다.
임애지는 당시를 생각하면서 다시금 눈물을 흘렸다. 그는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54㎏급으로 처음 도전했지만 실패했다. 국내 대회에 60㎏까지 찌워서 출전했지만 또 실패했다”며 “나는 국내에서도 안 되고, 국제에서도 안 되는구나 싶었다”고 했다. 이어 “몇 ㎏급 선수라고 말해야 할지도 모르겠고, 그만하고 싶다는 생각을 진짜 많이 했다”며 “말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긴 것 같아서 저한테 이번 동메달이 정말 소중하다”고 했다.
임애지는 “선수가 없어서 체급을 안 만든다고 하는데, 저는 반대라고 생각한다”며 “체급이 없기 때문에 포기해서 선수가 없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임애지는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2020 도쿄올림픽,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승리 없이 첫 경기에서 탈락했다. 패배에 지친 임애지는 파리올림픽을 포기하려 했지만, 끝까지 부딪친 끝에 출전권을 따냈다. 올림픽 여자 복싱에 출전한 한국 선수는 임애지와 오연지(60㎏급) 2명뿐이었고, 남자 복싱은 출전권을 따낸 선수 자체가 없었다.
임애지는 동메달 획득 후 “올림픽만이 무대가 아니다. 작은 대회도 선수들은 열심히 한다”며 “올림픽이나 아시안게임 외에도 많은 대회가 있다는 걸 알아주셨으면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