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미국 매사추세츠주 케임브리지에서 열린 제34회 이그노벨상 시상식에서 생리의학상을 받은 일본 도쿄치의학대 연구진이 ‘포유류도 항문과 직장으로 호흡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직접 시연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포유류가 항문으로도 숨을 쉴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한 일본 연구팀이 올해 이그(Ig) 노벨상을 받았다. 돼지의 항문에다 높은 농도의 산소를 응축한 특수 액체를 투여했더니 호흡과 유사한 효과가 났다는 것이다. 거짓말이 아니라, 유명한 국제 과학 저널에 실린 실제 연구 결과다. 이그노벨상은 노벨상을 패러디해 독특한 연구에 주는 상이다. 흔히 ‘사람들이 듣고는 킥킥 웃을 법한 연구’를 선정·수여한다. 이그는 ‘있을 법하지 않은 진짜(Improbable Genuine)’라는 의미다. NHK에 따르면 일본인은 18년째 연속으로 이그노벨상을 받고 있다.

13일 일본 NHK에 따르면 도쿄 치의학대의 다케베 다카노리(武部貴則·37) 교수가 이끄는 연구팀은 12일 미국 매사추세츠주 케임브리지에서 열린 제34회 이그노벨상에서 생리의학상을 받았다. 연구팀은 폐 호흡이 어려운 돼지의 장에 산소를 포함한 액체를 주입하는 실험을 실시했다. 그 과정에서 항문을 통해 주입했더니 이 돼지의 호흡 부전 증상이 개선됐다. 다른 포유류에도 같은 실험을 했다. 모든 동물의 혈액 속 산소가 크게 증가했다.

이번 연구는 논에 사는 미꾸라지에서 착안했다. 미꾸라지는 산소가 적은 환경에서 아가미뿐만 아니라 장으로도 호흡한다. 이를 보고 포유류도 장에서 산소를 흡수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는 것이다. 실험해보니 실제로 장은 산소를 포함한 특수 액체가 들어오면 산소를 흡수했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 결과가 호흡 부전을 앓는 이들에게 새로운 치료법으로 활용·적용될 수도 있을 것으로 보고, 오는 6월 임상실험을 준비하고 있다.

수상자인 다케베 교수는 재생의학 전문가다. 26세에 인간의 유도 만능 줄기세포(iPS)로 간 기능을 가진 세포 덩어리를 만드는 데 성공해 세계를 놀라게 했다. 2019년에는 인간 iPS 세포로 간, 췌장 등 여러 장기를 동시에 만들어내는 데도 성공했다. 다케베 교수는 “사실 이건 괴짜 같은 연구가 아니고, 새 치료법을 찾는 심각한 연구이기 때문에 수상 소식에 놀랐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