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양재웅이 자신이 운영하는 병원에서 환자가 사망한 사건과 관련해 “책임을 통감한다”고 밝혔다. 다만 그는 “치료진들이 환자를 의도적으로 방치했다고 보지 않는다”고 했다.
양재웅은 지난 19일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치료를 위해 입원했던 환자가 사망한 것은 너무 안타깝고 죄송스러운 일”이라며 “병원장으로서 깊은 책임을 통감한다”고 했다.
이어 “응급 상황에서의 처치를 비롯한 시스템적 측면과 환자 상태를 놓친 부분에 대해서 지속적으로 반성하고, 다시는 반복되지 않을 수 있도록 검토, 점검 중”이라며 “다만 언론에 과장되게 표현되는 것처럼 치료진들이 의도적으로 환자를 방치했다고는 보고 있지 않다”고 했다.
앞서 지난 5월 A(33) 씨는 양재웅이 운영하는 부천의 정신병원에 입원한 지 17일 만에 사망했다. 그는 마약류 성분이 포함된 다이어트약 중독 치료를 위해 이곳에 입원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부검 결과, 사인은 ‘급성 가성 장폐색’으로 추정됐다.
공개된 방범 카메라(CCTV) 영상에 따르면 A씨는 격리실에서 복통을 호소하며 격리실을 나가게 해달라고 호소했지만 의료진은 약 2시간 동안 그의 손·발과 가슴을 침대에 묶는 강박 조처를 했다. 이후 A씨는 배가 부풀고 코피를 흘리며 호흡이 거칠어진 모습을 보였고 다음날 새벽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환자의 자·타해 위험 때문에 격리·강박이 불가피했다는 게 병원 측 입장이다. 양 원장은 “(격리·강박이) 더 큰 위험을 막기 위한, 일부 위험이 따를 수 있는 치료라 생각한다”면서도 “강박을 무조건 하면 안 된다는 식의 접근은 더 큰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고 했다.
병원이 환자를 방치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CCTV 영상을 보면) 보호사들이 지속적으로 환자를 돌보는 모습이 나온다”며 “간호사실 바로 옆 격리실이었기 때문에 더 밀접하게 환자를 볼 수 있었다”고 주장했다.
의료진의 심폐소생술(CPR)에 부족한 점이 보인다는 지적에는 “1년에 한 번씩 내과 과장님이 병동 치료진을 대상으로 응급상황에서의 CPR과 제세동기 사용에 대한 교육을 해왔다”면서 “그럼에도 처음 겪어보는 내과적 응급 상황에서 대처가 미숙했던 것 같다”고 했다. 이어 “지속적으로 반복해서 교육을 더 디테일하게 진행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이번 사망 사건의 본질적 문제는 격리·강박이 아니라 펜타민(디에타민) 중독 위험성”이라며 “(숨진 여성에게) 다른 중독도 의심된다”고 주장했다. 다만 다른 중독이 어떤 종류의 중독인지, 사망과 어떤 관계가 있는지는 정확한 입장을 내놓지는 않았다.
그는 “본원의 병원장으로서, 한 인간으로서 다시 한번 진심으로 따님과 동생분을 잃으신 분들에 대해 깊은 애도를 전한다”라며 “건강하게 회복 시켜 드리지 못하고 사망에 이르게 되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 언론에 노출 없이 사과를 전할 기회가 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