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이순재가 출연하는 KBS 드라마 '개소리'. /뉴스1

연기 경력 69년 차 대배우 이순재(89)가 드라마 촬영 중 겪었던 건강 이상을 털어놨다.

이순재는 24일 KBS 2TV 새 수목드라마 ‘개소리’ 온라인 제작발표회에서 오랜만에 안방극장 복귀를 선택한 이유와 촬영 도중 경험한 건강 악화를 고백했다. 이날 함께 출연한 배우 김용건(78)은 “후반에 이순재 선생님 건강이 안 좋아 모두가 많이 걱정했는데 극복했다”며 말문을 열었다.

김용건은 “눈이 잘 보이지 않음에도 대사를 큰 글씨로 프린트해 외워 오시고 리허설도 철저히 하셨다”며 “‘이 작품을 해내겠다’는 완고한 모습을 봤고 촬영장에서 모든 이에게 귀감이 돼 재무장할 수 있는 계기를 주셨다. 작품을 잘 끝내 큰 박수를 보내드리고 싶다”고 했다.

이에 이순재는 “어차피 대사는 다 외워야 한다. 대사를 못 외우면 배우가 아니다. 배우마다 편차가 있을 뿐 대사 암기는 당연한 것”이라며 “그래야 드라마가 제대로 된다. 우리는 평생 해온 일이라 숙달이 돼 있다. 글씨를 크게 써서 미리 외워갔다”고 말했다.

김유진 감독이 연출하고 변숙경 작가가 극본을 쓴 ‘개소리’는 경찰견 출신 ‘소피’와 함께 그리는 노년 성장기다. 이순재가 연기하는 극 중 ‘이순재’는 대한민국 대표 배우지만 특정 사건에 휘말려 갑질 배우로 전락한다. 김용건, 예수정, 임채무, 박성웅, 김지영 등 레전드급 배우들이 대거 출연한다.

이순재는 “작품이 뜸했다. 제안이 왔을 때 두말없이 오케이했다”며 “최초의 시도다. 애완동물 드라마는 있었지만 개와 인간이 직접 소통해 사건을 해결하는 게 처음이라 흥미로웠다”고 했다. 이어 “여성 작가인데 추리력이 강하다. 베테랑들과 함께해 뒷배도 든든하다”고 덧붙였다.

앞서 이순재는 지난 7월 출연한 채널A 시사·교양 프로그램 ‘절친 토큐멘터리 4인용 식탁’에서도 남몰래 겪었던 건강 문제를 털어놓은 바 있다. 그는 “연극 ‘리어왕’을 하면서 몸무게가 10㎏이나 빠졌다”며 “잘 버텼는데 목욕탕에서 쓰러졌다. 당시 ‘아, 이건 내 인생 끝이구나’ 생각했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병원 응급실에 갔더니 머리는 괜찮다고 하더라. 일어나서 한 달도 안 돼서 약속된 드라마를 찍기 시작했다”며 “촬영을 6개월 이상 강행했더니 결국 눈에 무리가 와서 백내장 수술을 했다”고 했다. 이때 이순재는 시력 회복이 덜 된 상황에서도 제작사 측 사정을 고려해 “내 표정만 잘 보이면 촬영 하자”며 연기 투혼을 펼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