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금천구 시흥동의 빌라촌엔 ‘전·진·상 의원’이라는 간판을 단 낡은 벽돌 건물 하나가 있다. 1975년 벨기에 출신 배현정(78·본명 마리 헬렌 브라쇠르) 원장 등이 “변두리 판자촌을 살펴달라”는 고(故) 김수환 추기경 권유를 받고 설립한 곳이다. 당시 4만명이 거주하던 시흥 판자촌은 환자의 10% 이상이 결핵 환자일 정도로 열악한 환경이었다. 전·진·상 의원은 49년 간 이곳을 지키며 수십만명에게 무료 혹은 최소한의 비용만 받고 의료 혜택을 베풀어 왔다.
KT그룹 희망나눔재단은 전·진·상 의원을 올해 다섯 번째 희망나눔인상으로 선정했다고 26일 밝혔다. 그동안 형편이 어려운 이들에겐 양육비·생계비·장학금도 지원해왔다. ‘전·진·상’은 온전한 자아 봉헌(全), 참다운 사랑(眞), 끊임없는 기쁨(常)이란 뜻이다. 설립자 중 한 명인 배 원장은 벨기에에서 간호대를 졸업한 후 국제가톨릭형제회 단원으로 한국에 왔다. 자원봉사 의사만으론 부족하다는 생각에 중앙대 의대에 편입, 1985년 가정의학과 전문의 자격을 따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