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 유니버스 코리아 2024'의 최고령 참가자 최순화씨. /인스타그램

전 세계에서 열리는 ‘미스 유니버스’ 대회가 시작된 건 1952년이다. 이보다 10년 가까이 먼저 태어난 80대 여성이 역대 최고령 참가자로 대회 역사를 새로 쓰게 됐다. 1943년생 최순화(81)씨의 이야기다.

미국 CNN은 28일(현지시각)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것을 증명한 80대 미스 유니버스 코리아 참가자를 만나보세요’라며 최씨의 이야기를 보도했다.

최씨는 지난 22일 이 대회의 서류 심사, 예선을 통과해 32명의 본선 참가자로 뽑혔다. 미스 유니버스는 작년까지 ‘18~28세까지’라는 나이 제한이 있었다. 올해 최초로 나이 제한은 물론, 참가자의 키와 몸무게 제한을 폐지했다. 작년에는 결혼한 적이 있는 여성에 대한 제한을 폐지했다. 그러자 지난 6월 미국 텍사스에서 열린 대회에 마리사 테이요(71)가 본선에 진출해 눈길을 끌었다.

미스 유니버스 코리아 2024 참가자 최순화씨를 소개한 사진. /인스타그램

최씨는 “나이가 들면 살이 찐다. 그래서 저는 나이가 들어도 건강하게 살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겉으로 보이는 아름다움도 중요하지만, 마음도 편안해야 하고 다른 사람을 존중할 줄 알아야 한다”며 “또한 긍정적인 사고방식을 가져야 한다. 요즘은 부정적인 사람이 너무 많다”고 했다.

최씨의 삶은 평탄치만은 않았다. 그는 정년을 맞이할 무렵, 사기꾼에게 돈을 빌려줬다가 전 재산을 날렸다고 한다. 한 푼이라도 더 벌기 위해 간병인 일을 시작했다. 현실적인 이유로 시작한 일이 결국 꿈을 일깨우는 계기가 됐다. 간병인으로 만난 환자가 “모델 일을 해보라”고 권유하면서다.

최씨는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생각했지만, 예쁜 옷을 입고 화보 촬영을 하는 모델이 되고 싶다는 오랜 꿈을 일깨워줬다”며 “’그래, 나도 예전에 그런 꿈을 꿨었지. 한번 해봐야지’라고 생각했다”고 했다. 70대의 나이에 모델 아카데미에서 수업을 들었고, 교대 근무 시간에는 병원 복도에서 런웨이 워킹을 연습했다. 그리고 74세의 나이에 서울패션위크에 데뷔했다. 이후 하퍼스바자, 엘르 등 패션 잡지 촬영을 하고, 맥주 브랜드 카스 등의 광고 캠페인을 촬영했다.

시니어 모델로 활동 중인 최순화씨. /인스타그램

최씨는 “시니어 모델 중 극히 일부만 일을 하고 돈을 받는다”며 “그래도 10년 전과 비교하면 확실히 달라졌다. 10년 전에는 아무도 시니어 모델을 찾지 않았다”고 했다. 최씨는 자신의 모델 경험이 이번 미인대회에서도 유용하게 쓰일 것이라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그는 해외에서 조국을 대표할 수 있다는 생각에 흥분된다고 했다. 최씨는 “항상 해외 무대에 서는 것을 꿈꿔왔기 때문에 마음가짐은 준비되어 있다”며 “준비는 끝났다”고 했다. 이어 “손주들이 ‘우리 할머니는 대단해’라며 저를 정말 자랑스러워한다”며 “아들은 결과에 상관없이 저에게 즐기라고 한다”고 했다.

미스 유니버스 코리아 2024 본선 대회는 30일 서울 강남구 CG 아트홀에서 열린다. 오는 11월 멕시코에서 열리는 세계 대회에 진출할 한국 대표가 정해진다. 현재 세계 대회 참가가 확정된 최고령 참가자는 몰타의 베아트리스 은조야(40)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