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버트 할리가 작년 8월 1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해외 청년들에게는 술보다 흔한 마약!' 토론회에서 사회자의 발언을 경청하고 있다. /뉴스1

국제변호사 출신 방송인 로버트 할리(64)가 마약 파문 후 신경암 투병까지 겹쳤던 과거를 돌아보며 가족들에게 미안한 마음을 전했다.

할리는 29일 오후 방송된 MBN 예능프로그램 ‘한 번쯤 이혼할 결심’에 아내 명현숙씨와 함께 출연했다. 두 사람은 5년 전 할리의 마약 파문 이후 주말부부로 생활 중이라며 서로 멀어지게 된 속사정을 털어놨다. 앞서 할리는 2019년 4월 마약 투약 혐의로 입건돼 법원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할리는 “그 일 때문에 너무 미안하게 생각한다”며 “사실 그동안 문제가 많이 없었는데 5년 전 일으킨 문제 때문에 아내와 멀어졌다”고 말했다. 이어 자기 잘못임에도 가족들까지 죄인처럼 살았던 시간을 언급하며 “가족들이 창피해서 못 나가지 않았나. 그래서 결심했다”며 오랜만의 방송 출연 이유를 밝혔다.

할리와 명씨는 사건 당시를 회상하며 느꼈던 감정을 떠올리기도 했다. 명씨는 “그때 전화를 받고 저는 믿지 않았다. 내 남편이? 왜? 그럴 이유가 없는데”라며 “정말 하늘이 무너지는 상황이었다. 왜 일을 이렇게 만들었냐고 따지고도 싶었다”고 했다. 할리는 “아내가 왜 그랬냐고 물어봤다. 하지만 이유를 들어 해명하는 건 아픔만 계속될 뿐 해결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사건 이후 제가 보상해 줘야 할 기획사도 있었고 광고도 있었다. 계약금의 3배를 갚아야 해 나갈 돈이 굉장히 많았다”며 경제적 어려움을 겪게 됐다고 말했다. 또 비난 여론과 함께 할리가 동성애자라는 루머 등이 퍼졌던 것을 언급하면서도 “아내와 저는 그런 얘기들를, 왜 (마약을) 했냐에 대한 이유를 말하고 싶지 않았던 것 같다”며 “그냥 마음이 약한 순간 충동적으로 내 인생이 무너진 것”이라고 했다.

로버트 할리가 신경암 투병 중일 때 모습. /유튜브

이날 방송에서 명씨는 남편의 식습관에 유독 예민한 모습을 보였다. 할리의 신경암 투병 때문이다. 명씨는 “몇 년 전 남편 몸에 이상이 생겼다. 병원 검사를 받았는데 다리에 있었던 종양이 암이었다”며 “아직 완전 치유된 상태가 아니라서 식단 관리를 꾸준히 해야 한다”고 걱정했다. 할리는 “병원에 있으면서 근육이 다 녹았다”며 “퇴원했을 때 일어설 수도 없고 굉장히 힘들었다”고 토로했다.

미국 유타주(州) 출신의 할리는 국제변호사로 고향과 한국을 오가다 1988년 명씨와 결혼하며 한국에 정착했다. 두 사람 슬하에는 아들 셋이 있다. 할리는 1997년 한국으로 귀화해 여러 방송과 광고에 출연하기도 했다. 한 광고를 통해 “한 뚝배기 하실래예”라는 유행어를 만들어내는 등 유창한 경상도 사투리와 구수한 입담으로 큰 사랑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