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충남 아산 경찰인재개발원의 한 강의실에서 베트남 공안들이 한국어 수업을 듣고 있다./구아모 기자

“노래를 듣습니다.” “비빔밥을 좋아합니다.”

지난 7일 충남 아산 경찰인재개발원의 한 강의실에서 한국어 문장을 서투르게 낭독하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베트남 공안(경찰) 13명이 한국어 수업을 듣고 있었다. 이들은 ‘좋아합니다’ ‘좋습니다’ 같은 문장을 소리 내 읽으면서 한 글자씩 연필로 받아 적기도 했다. 한 수강생이 “야채을?”이라고 묻자 강사는 “받침이 없으면 뒤에 ‘를’을 붙여야 한다”고 고쳐줬다.

베트남 공안들이 최근 한국에 와서 6주 과정 한국어 교육 프로그램을 소화하고 있다. 한국·베트남 교류가 매년 활성화하면서 베트남 내 한국어 수요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베트남 내 거주하는 한국인은 17만8000명. 지난달까지 베트남을 찾은 한국인 관광객은 333만여 명으로 베트남 내 1위다. 베트남의 대표적 휴양지 다낭은 한국인이 워낙 많아 ‘경기도 다낭시’라고 불릴 정도다.

이 때문에 베트남 정부는 2016년 한국 정부에 한국어 교육 프로그램을 만들어달라고 요청했고 매년 베트남 경찰 10여 명이 한국을 방문해 기초 한국어 과정을 이수한다. 지금까지 수료자가 70명 안팎이다. 베트남 정부는 이 프로그램을 수료한 인력을 다낭 등 한국인 밀집 지역에 집중 투입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인 범죄자들이 베트남에 도피하는 사건도 일어난다. 지난달에 태국 파타야에서 한국인 관광객을 살해한 피의자가 베트남으로 도주했다가 베트남 공안에 붙잡혀 지난달 24일 한국에 강제 송환됐다. 경찰은 지난 9월 기준 106명의 한국인 범죄자가 베트남에 도피했다고 밝혔다.

지난 3일 베트남 공안들이 전주 한옥마을을 찾아 한복을 입고 기념 사진을 촬영하고 있다./경찰청

수강생들은 “업무 중 한국인을 상대할 일이 많아 수업을 듣게 됐다”고 한다. 다낭경찰서 소속 부 티트 엉 링(32)씨는 “우리 지역이 한국인 관광객이 제일 많은 곳인데, 한국 사람들과 관계를 맺을 일이 많아서 한국어 교육을 받게 됐다”고 했다. 호찌민 경찰서에서 한국인 거주 등록 관련 업무를 하는 다오 웅엔 비엣 헌(40)씨는 “한국인들이 공안이라고 하면 무서워하는 경우도 있는데 한국어로 가볍게 인사라도 건네면 친밀감이라도 쌓일 것 같아 신청하게 됐다”고 한다.

부 비엣 하(27)씨는 “드라마 도깨비를 좋아하고, 가수 방탄소년단을 좋아한다”며 “돌아가서 한국인 범죄 사건 등에 한국어를 활용하고 싶다”고 했다. 수업 담당자인 오세열 경위(54)는 “자음, 모음 단계부터 차근차근 한국어를 배우는 데도 한국 문화에 관심이 많아 습득력들이 빠르다”며 “김광석씨의 ‘바람이 불어오는 곳’이나 쿨의 ‘아로하’ 같은 노래는 이미 베트남 현지에서도 유명해 한국어 학습 이해도가 높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