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현지 시각) 러시아 모스크바 볼쇼이극장에서 김주혜 작가가 톨스토이 문학상 해외문학상을 수상하고 있다. /리아노보스티

한국계 미국 작가 김주혜(37)가 장편소설 ‘작은 땅의 야수들’로 10일(현지 시각) 러시아 톨스토이 문학상(야스나야 폴랴나상) 해외문학상을 수상했다.

톨스토이 문학상은 톨스토이 탄생 175주년인 2003년 러시아의 레프 톨스토이 박물관과 삼성전자 러시아법인이 함께 제정한 상으로, 러시아 최고 권위 문학상으로 꼽힌다. 김주혜는 이날 작품을 러시아어로 번역한 키릴 바티긴과 함께 러시아 모스크바 볼쇼이극장에서 열린 시상식에서 수상자로 선정됐다. 해외문학 부문 최종 10개 후보작 중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 올가 토카르추크의 작품 등을 제치고 거둔 성과다.

'작은 땅의 야수들'

‘작은 땅의 야수들’은 그의 장편소설 데뷔작이다. 일제 식민지 시절 격동의 한반도를 살아간 평범한 사람들의 파란만장한 삶을 그렸다. 미국에서 2021년 출간돼 아마존 ‘이달의 책’에 선정되는 등 호평받았고 국내에는 2022년 처음 출간됐다. 다산북스에 따르면 심사위원 파벨 바신스키는 기자회견에서 ‘작은 땅의 야수들’에 대해 “여기에는 짐승들이 있다. 그중 호랑이는 한국 독립의 상징이다. 나는 이 작품을 알렉시 톨스토이의 ‘갈보리로 가는 길’에 비교하겠다”며 “정말 잘 쓰였고, 투명하고 성숙한, 젊은 작가로는 놀라운 작품”이라고 평가했다.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으로 한국 문학의 저력이 관심을 받는 가운데 톨스토이·도스토옙스키 등 대문호의 나라 러시아에서 한국계 작가의 한국적 이야기가 인정받은 것이다. 김주혜는 인천에서 태어나 아홉 살 때 가족과 미국으로 이주했다. 그는 수상 전 “(후보에 오른 것만으로도) 영광스럽다. 개인적으로 늘 러시아 문학의 철학에 빚지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우리의 유산인 호랑이를 한국 독립의 상징이라고 세계적으로 알린 기회가 된 것 같고, 더 넓게는 우리 문화와 역사의 긍지를 높일 수 있었던 것 같다”고 밝혔다.

'작은 땅의 야수들' 김주혜 작가. /다산북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