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덴 왕립과학원 노벨 위원회가 14일 수도 스톡홀름에서 2024년 경제학상 수상자를 발표하고 있다. 화면 왼쪽부터 다론 아제모을루 미 매사추세츠공대(MIT) 교수, 사이먼 존슨 MIT 교수, 제임스 로빈슨 미 시카고대 교수. /AFP 연합뉴스

올해 노벨 경제학상은 국가의 성공과 실패 원인을 정치·경제 제도라는 관점에서 분석한 아제모을루(57) 미 매사추세츠공대(MIT) 교수와 사이먼 존슨(61) MIT 교수, 제임스 로빈슨(64) 미 시카고대 교수 등 3명에게 돌아갔다.

14일 스웨덴 왕립과학원 노벨위원회는 선정 이유에 대해 “(수상자들은) 경제·사회적 제도가 국가 간의 번영 수준 격차에 어떻게 영향을 끼쳤는지를 연구했다”며 “경험적·이론적 측면에서 새로운 접근 방식을 개척했으며, 이는 국가 간 번영의 차이에 대한 우리의 이해를 크게 발전시켰다”고 밝혔다. 야콥 스벤손 왕립과학원 경제과학상 위원장은 “국가 간 소득 격차를 줄이는 것은 우리 시대의 가장 큰 과제 중 하나”라며 “수상자들은 이를 달성하기 위한 사회적 제도의 중요성을 입증했다”고 말했다. MIT에서 아제모을루 교수와 교류한 안상훈 한국개발연구원(KDI) 선임연구위원은 “아제모을루 교수는 경제학 내에선 비주류인 제도주의적 관점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여 주류 경제학 내에서 녹여낸 학자였다”고 했다.

아제모을루와 로빈슨 교수는 지난 2012년 ‘국가는 왜 실패하는가’라는 책을 공동으로 저술했다. 이 책은 고대 로마 시대부터 현대 중국까지 다양한 사례를 통해 어떤 국가가 성공하고 어떤 국가가 실패했는지를 분석했다. 국가의 성패를 가르는 결정적 요인은 지리적·역사적·인종적 조건이 아니라 정치와 경제 제도에 있다는 것이 저자들의 주장이다.

두 사람은 제도를 ‘포용적 제도’와 ‘착취적 제도’로 분류하고, 포용적 제도가 국가 번영을 이끈다고 설명한다. 포용적 제도는 사유재산 보장과 법치주의, 민주주의 등을, 착취적 제도는 독재와 권위주의 등을 지칭한다. 책에선 대표적으로 남한과 북한의 경제성장이 벌어진 것을 이런 제도의 차이로 설명한다.

이 책은 윤석열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 추천한 ‘인생 책’으로 뽑혀 화제가 되기도 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 2021년 9월 본지 Books팀이 “당신의 ‘인생 책’은 무엇입니까?”라고 물었을 때 이 책을 꼽았다. 윤 대통령은 당시 “분배가 공정하지 않은 사회는 지속 가능하지 않다는 내용이 기억에 남는다”고 소개했다.

아제모을루 교수는 이날 노벨위원회, 외신 등과 인터뷰에서 “민주주의가 만병통치약은 아니지만, (우리의 연구는) 민주주의가 경제 발전에 더 이롭다는 관점을 제기했다”는 취지로 얘기했다. 그는 “권위주의 국가인 중국도 경제 발전을 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권위주의 체제 국가는 장기적으로 혁신과 경제 발전을 이뤄내기가 어렵다고 본다”고 말했다.

아제모을루는 존슨 교수와 지난해 ‘권력과 진보’라는 책도 공동으로 저술했다. 두 사람은 이 책에서 “기술의 진보로 소수의 기업과 투자자만 이득을 보고 있다”고 지적했다. 기술 발전에 따른 자동화가 생산성에 작은 이득을 가져오지만, 고용이 줄어든 만큼 다른 곳에서 새로운 업무가 창출되지 않고 상품 가격도 낮아지지 않으며 소비자 삶에 별다른 혁신이 일어나지도 않는다는 것이다.

존슨 교수는 지난해 본지와 인터뷰에서 “기술 도약이 자동적으로 인류 번영을 가져오지 않고, 경제적·사회적·정치적 선택에 따라 명암이 엇갈려 왔다”며 “테크 기업, AI 연구자, 정부의 잘못된 선택으로 극단주의, 감시 통제, 조작 선동, 가짜 정보가 판치는 반(反)민주주의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고 했다.

수상자들은 메달과 상금 1100만 스웨덴 크로나(약 14억3000만원)를 받는다. 상금은 세 명이 나눠 받게 된다.

이날 경제학상 발표를 끝으로 올해 노벨상 발표는 모두 막을 내리게 됐다. 노벨상 시상식은 12월 10일 스웨덴 스톡홀름(평화상은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