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칠곡의 할머니 랩 그룹 ‘수니와 칠공주’의 멤버 서무석씨가 15일 85세로 별세했다. 수니와 칠공주는 작년 8월 칠곡군 경로당에서 한글을 배운 만학도 할머니 8명이 결성한 그룹이다. 평균 나이는 85세. 수니와 칠공주는 리더인 박점순(82)씨와 7명의 공주들이라는 뜻이다. 뒤늦게 배운 한글로 가사를 써 7곡을 지었고 외신에도 나왔다.
서씨는 지난 1월 병원에서 혈액암 3기 진단을 받았다. 병원에서는 3개월 시한부 판정을 내렸으나 서씨는 암 투병 사실을 숨긴 채 래퍼 활동을 계속했다고 한다. 서씨의 장녀 전경숙(65)씨는 “(어머니가) 가족들 외엔 암 투병 사실을 모르게 해달라고 했다”며 “랩을 하시면서 어린아이처럼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니 말릴 수가 없었다. 어머니는 천국 같은 1년을 보내신 것”이라고 말했다. 칠곡군 관계자는 “평소 ‘하늘 올라갈 때까지 랩하고 노래하다 가면 좋겠다’고 하셨는데 아프신 줄은 몰랐다”고 했다.
서씨는 지난 4일에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2024 한글 주간’ 개막식 무대에서 ‘환장하지’ ‘나는 지금 학생이야’ 등 노래를 불렀다. 그러나 이틀 뒤인 6일부터 건강이 악화돼 입원했고 암이 폐로 전이됐다는 검사 결과를 받았다. 서씨의 투병 소식이 알려지자 배우 김영옥씨는 ‘만나서 같이 랩을 하기로 약속했는데 누워 계시면 안 된다. 병상을 박차고 일어나길 바란다’는 편지를 서씨에게 보냈다. 강정애 국가보훈부 장관도 “건강을 회복해 꼭 다시 뵙게 되길 기도한다”고 했다.
그러나 서씨는 입원 9일 만인 이날 세상을 떠났다. 서씨의 빈소는 대구 달서구 남대구전문장례식장. 나머지 수니와 칠공주 멤버들은 16일 빈소에서 서씨를 추모하는 랩 공연을 할 계획이라고 했다. 박점순씨는 “언니가 하늘 나라에서는 아프지 말고 행복하게 랩을 하면 좋겠다”고 했다.
서씨는 생전에 ‘열두 살에 공부를 하고 싶어도 종이가 없고 연필이 없어, 포대(布袋)를 종이 삼았고 성냥을 연필 삼았다’는 시를 남겼다.
이날 한덕수 국무총리는 소셜미디어에 ‘(수니와 칠공주) 할머니들의 시와 노래에는 유머와 에너지가 넘쳤다’며 ‘세상을 탓하고 남을 야단치기보다, 자신과 남들을 다 같이 응원해 오셨던 고인의 명복을 빈다’는 추모 글을 올렸다.
김재욱 칠곡군수는 “투병 중에도 열정을 불살라 사람들에게 ‘늦어도 할 수 있다’는 감동을 준 서무석 할머니를 잊지 않고 추모하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