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석이가 빠지면 랩이 아니지, 무석이가 빠지면 랩이 아니지!”
16일 오후 2시 대구 달서구의 남대구전문장례식장 201호실에서 할머니 7명이 ‘수니와 칠공주’라고 쓰인 검정색 셔츠를 맞춰 입고 랩 형식으로 노래를 불렀다. 경북 칠곡의 할머니 랩 그룹인 수니와 칠공주 멤버 중 전날 혈액암으로 투병 중 별세한 고(故) 서무석씨를 위해 그룹 멤버들이 빈소에서 추모 공연을 한 것이다. 수니와 칠공주는 작년 8월 칠곡군 경로당에서 한글을 배운 리더 박점순(82) 할머니를 비롯해 만학도 할머니 8명이 결성했다.
이날 수니와 칠공주 할머니 7명은 빈소를 찾아 서씨의 영정 앞에 헌화하며 먼저 떠난 멤버를 기렸다. 함께 목례를 하며 이옥자(79) 할머니가 “같이 노래한다고 할매가 얼마나 좋아했는데”라고 하자 서씨 유족과 할머니들 모두 오열했다.
서씨와 25년 지기 친구이자 그룹 동료인 이필선(86) 할머니는 서씨를 위해 공책에 쓴 편지를 읽었다.
이씨는 “무석아, 우리가 하도(많이) 붙어 다닌다고 동네 사람들이 (우리를)신랑 각시라고 놀렸지”라며 “내 각시 무석아, 왜 저기 누워 있노. 칠공주 함께 할 때 그렇게 좋다더니 아프단 말도 안하고 혼자 가버리니 좋더냐”라고 했다. 이씨는 또 “하늘나라에 가서 아프지 말고 니가 좋아하는 랩 많이 부르고 있거라. 보고 싶다. 왜 먼저 갔노, 같이 세월 보낼라(보내려고)했는데 왜 먼저 갔노”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이후 수니와 칠공주 멤버들은 서씨를 기리며 자작곡인 ‘에브리바디해피’와 ‘나는 지금 학생이야’를 불렀다. 이들은 에브리바디해피의 가사 첫 줄인 ‘우리가 빠지면 랩이 아니지’를 개사해 “무석이가 빠지면 랩이 아니지”라고 외치며 첫 곡을 시작했다. 노래 중간 중간에 장옥금(75) 할머니와 홍순연(80) 할머니가 리듬을 타며 춤을 췄고, 추유을(89) 할머니는 목이 메어 가사를 부르지 못했다.
랩 공연이 끝난 후 리더 박씨가 “우리들도 얼마 정도 있다 (서씨 곁으로)갑니데이”라고 인사했고, 할머니들과 유족들이 서로 껴안고 울었다.
공연 이후 서씨 장녀 전경숙(65)씨는 모친의 친구인 이필선씨에게 “우리 아버지 (공연)잘하셨어요, 고마워요”라고 인사했다. 서씨 생전에 이씨가 ‘신랑’, 서씨가 ‘각시’로 불려서다. 전씨는 “엄마 생전에 건강이 걱정돼 ‘공연 가시지 말라’고 하니, ‘아니다 갔다올란다’라고 하실만큼 랩을 즐기셨다”며 “엄마가 천국에서 바라보며 기뻐하셨을 것 같고, 마지막에 (동료들에게)큰 환대를 받고 가신 것 같아 감사하다”고 말했다.
이날 공연은 서씨의 동료인 홍순연 할머니의 제안으로 시작됐다고 한다. 수니와 칠공주의 음악 멘토인 정우정(54)씨는 “무석 할머니가 이달 4일 광화문 공연하고 돌아오던 날 기분이 좋으신지 ‘한 곡 뽑아보겠다’며 각설이 타령을 부르셨다”며 “할머니 돌아가신 뒤, 홍순연 어르신이 ‘가는 길에 좋아하던 랩 한번 들려주자’고 해서 공연을 준비하게 됐다”고 말했다.
서씨의 발인은 오는 17일 오전 8시 30분에 엄수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