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오후 경남 김해 가야CC에서 제105회 김해 전국체전을 맞이해 귀국한 망고장학회 위원들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 장학회는 재필리핀 대한체육회 회원들로 구성됐다. /김동환 기자

지난 16일 오전 10시. 경남 김해시 가야CC 클럽하우스에는 재(在)필리핀 대한체육회 회원 10명이 모여 골프 여자 개인전을 치르는 필리핀 다문화 가정 출신 김서연(20)씨를 응원하고 있었다. 강선주(51) 필리핀 대한 골프협회 부회장은 “마음 같아서는 서연이를 보러 다 같이 필드에 가고 싶지만, 규칙상 단장과 코치만 필드에 들어갈 수 있어 밖에서 기도하는 중”이라고 했다. 여자 개인전 2라운드는 이날 오전 9시에 시작됐다. 강 부회장은 “지난 15일에 진행된 1라운드에서 서연이와 일본 선수가 동타로 1위를 달려 다들 긴장 상태”라고 했다. 김씨는 17일 개인전·단체전에서 금메달을 땄다. 필리핀 해외 동포 선수단은 이번 제105회 김해 전국체전에 참가한 15국 해외동포선수단 중 6위 성적을 거뒀다.

필리핀 대한체육회 회원들은 2013년부터 전국체육대회(체전)가 열릴 때마다 체전이 열리는 지역의 필리핀 이주 여성 자녀들에게 ‘망고장학금’을 수여하고 있다. “필리핀 교민으로서 체전에 참가하러 고국을 방문하는 김에 필리핀 다문화 학생들을 돕자”며 의기투합한 필리핀 동포들은 필리핀을 대표하는 과일인 ‘망고’를 장학금명에 넣었다고 한다. 올해는 동포 27명이 장학생 40명에게 50만원씩 총 2000만원의 장학금을 수여했다.

2008년 제89회 여수전국체전부터 체전에 참가하기 시작한 필리핀 동포들은 2012년 봄 망고장학회를 조직해 2013년 제94회 인천 전국체전을 시작으로 장학금을 주고 있다. 노준환(61) 망고장학회 간사는 “필리핀 동포들은 이전부터 한국에 거주하는 필리핀 다문화 학생들을 돕고 싶어 했지만, 이주민들의 실태를 파악하기가 어려웠고 민간단체 입장에서 이주민에게 장학금을 주는 것도 쉽지 않았다”며 “전국체전 때마다 해당 지역 지자체와 교육청을 통해 학생들을 추천받아 안전하게 장학금을 전달하고 있다”고 밝혔다. 망고장학회 측은 “대한민국 전국에 사는 다문화 가정 자녀들에게 장학금을 주는 것이 목표”라고 했다.

올해 망고장학금 수여식은 지난 10일 김해시청에서 진행됐다. 김해시에 거주하는 필리핀 다문화 가정 자녀 30명과 한필헤리티지문화교육협회에서 운영하는 꿈드림학교 학생 10명이 장학금을 받았다. 딸 최유선(17)양, 아들 최재준(14)군이 이번에 장학금을 받았다는 최유나(필리핀명 루나 오베리오·46)씨는 “내년에 고등학교 3학년에 진학하는 딸이 예전부터 한국 현대소설 전집을 사달라고 졸랐지만 형편이 어려워 쉽게 사줄 수 없었다”며 “이번에 받은 장학금으로 드디어 전집을 사줄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최양은 간호사를 꿈꾸고 있다. 올해 장학생 중에는 청소년 태권도 국가 대표 선수도 있다고 한다.

망고장학회 측은 “망고장학금을 통해 필리핀 내 한인 이미지도 개선되고 있다”고 밝혔다. 강정식(65) 망고장학회 위원은 “2000년대에 필리핀으로 간 한국인 유학생들이 코피노(한국 남성과 필리핀 현지 여성 사이의 2세)를 낳은 후 책임감 없이 한국으로 귀국한 일이 많아 필리핀 현지인들에게 한국인 교민들의 이미지는 일부 부정적이었다”며 “그런데 교민들이 한국에 거주하는 필리핀 이주 여성 자녀들을 지원하고 있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이미지가 좋아졌다”고 했다 망고장학회는 필리핀에 거주하는 코피노들에 대한 지원 방안도 검토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