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김수미가 지난 2015년 1월 29일 서울 강남구 신사동 CGV 압구정에서 열린 영화 '헬머니' 제작보고회에서 미소를 짓고 있다. /연합뉴스

국내 최장수 드라마 ‘전원일기’에서 ‘일용 엄니’로 사랑받았던 배우 김수미(75)는 드라마·영화뿐만 아니라 다수 예능 프로그램에도 종횡무진하며 늘 시청자 곁을 지켰다. 젊은 나이에 시골 할머니 역(전원일기)을 맡아 배우의 면모를 보여줬고, 욕쟁이 할머니(헬머니), 노총각의 어머니(맨발의 기봉이), 처녀 유령(안녕 프란체스카) 등 다양한 배역을 맡으며 다채로운 연기를 선보였다.

25일 배우 김수미(본명 김영옥)가 75세의 나이로 별세했다. 김수미는 이날 오전 8시 8분쯤 심정지 상태로 서울성모병원에 이송됐으며, 스트레스로 인한 고혈당 쇼크사로 추정되고 있다. 김수미의 빈소는 한양대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될 예정이다. 올해 5월까지 뮤지컬 ‘친정엄마’로 무대에 올랐던 그는 건강 악화로 인해 지난 5월과 7월 병원에 입원하며 활동을 잠정 중단했다.

김수미는 1949년 전북 군산에서 태어나 1970년 MBC 3기 공채 탤런트로 데뷔했다. 드라마 ‘수사반장’(1971)으로 처음 연기를 시작했지만 한동안 무명 시절을 보냈다. 대표작인 ‘전원일기(1980~2002)’에서 ‘일용 엄니’ 역으로 주목받기 시작했다. 당시 그는 32세의 나이로 시골 할머니 역을 맡았는데 아들 일용이(박은수 분)보다 어린 나이로 배역을 소화했다. ‘둘이 사는 역할’이라는 말만 듣고 일용의 아내를 맡을 줄 알았는데, 대본을 받아 보니 엄마 역할이었다는 일화가 유명하다. 이후 ‘전원일기’와 ‘남자의 계절’(1985)로 MBC 연기대상 대상을 수상했다.

이어 ‘마당 깊은 집(1990), ‘젊은이의 양지’(1995) ‘파랑새는 있다’(1997) 등 다수의 작품에 출연했고, ‘발리에서 생긴 일’(2004)에서는 정재민(조인성 분)의 모친 송희숙 역을 맡아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안녕, 프란체스카’(2005)에서는 카사노바에게 온몸의 정기를 뺏겨 졸지에 50대 중년 여성이 된 ‘처녀 유령’ 이사벨로 웃음을 선사했다. 이후에도 ‘돈의 화신’(2013) ‘전설의 마녀’(2014) ‘언니는 살아있다!’(2017) 등 다수 드라마를 통해 시청자를 만났다.

스크린에서도 활약했다. 대표작으로는 시리즈물 ‘마파도’(2005) ‘마파도2′(2007), ‘가문의 위기-가문의 영광2′(2005) ‘가문의 부활-가문의 영광3′(2006) ‘가문의 영광4-가문의 수난’(2011) ‘가문의 영광: 리턴즈’(2023) 등이 있다. ‘간 큰 가족’(2005) ‘맨발의 기봉이’(2006) ‘위험한 상견례’(2011) ‘위험한 상견례2′(2015) ‘전국 노래자랑’(2013) 등에도 출연했다. 김수미는 다수 작품에서 맛깔나는 욕설 연기를 소화했는데, ‘헬머니’(2014)에서는 주연을 맡아 욕배틀을 벌이는 욕쟁이 할머니로 분했다.

김수미는 예능에서도 주목받았다. 뛰어난 요리 솜씨로 자신의 요리 노하우를 선보인 tvN ‘수미네 반찬’ 시리즈로 인기를 얻었고, KBS 2TV ‘수미산장’, SBS 플러스 ‘밥은 먹고 다니냐’ 등에서도 활약했다. 최근까지 tvN STORY ‘회장님네 사람들’에도 출연하며 꾸준히 대중을 만나왔다. 며느리인 배우 서효림과도 예능에 함께 출연해 애틋한 고부 관계를 보여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