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김수미(75)씨의 갑작스러운 비보에 과거 드라마 ‘전원일기’에서 호흡을 맞췄던 동료들이 황망함을 전하고 있다. 원로배우 최불암(84)씨는 “참 우수한 배우였다”며 고인을 추억했고,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가족을 잃은 듯한 슬픔”이라며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김수미씨는 1980년부터 2002년까지 무려 22년 2개월 동안 방영된 MBC 장수 드라마 ‘전원일기’에서 ‘일용엄니’ 역을 맡았다. 첫 등장 당시 31세였던 그는 노인 분장을 하고 60대 할머니를 연기했다. 최근 예능에서 그 시절을 회상하며 “아들 ‘일용’ 역의 박은수 선배는 나보다 나이가 많았다. 시장에 가서 할머니들을 보면서 연구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최불암씨는 주인공 ‘김민재 회장’ 역으로 출연해 드라마를 이끌었다. 그는 25일 연합뉴스에 “김수미씨는 어린 나이에 미모가 뛰어났다. 근데 그 나이에 그 얼굴로 노인네를 묘사해 낼 줄 알았던 창의적인 연기력을 가진 배우였다”며 “그 나이에 시골에서 농사짓는 할머니를 현실적으로 구현해 냈다는 건 연기자로서 상당히 우수한 사람이라는 걸 보여준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예능 ‘회장님네 사람들’ 때문에 오랜만에 만났는데 ‘어디 아픈 데는 없냐’는 질문에 괜찮다고 씩씩하게 대답했었다. 그런데 이렇게 떠날 줄은 몰랐다”며 “주변 사람들을 늘 즐겁게 해주려고 애쓰던 싹싹한 후배였다. 직업 요리한 음식을 가져와 주변 사람들에게 나눠주는 걸 좋아했다. 특히 김치를 잘 담갔는데, 묵은지 맛이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배우로 활동하며 ‘전원일기’에 출연했던 유 장관도 고인을 추모했다. 유 장관은 작품에서 김민재 회장(최불암)의 둘째 아들 ‘용식’ 역을 맡았었다. 유 장관은 “화려한 배우라기보다는 따뜻한 인간미와 유머로 가족처럼 다가오신 분이라 슬픔이 더 크다”며 “스타를 잃었다기보다는 가족을 잃은 것 같은 슬픔으로 다가온다. 후배들에게 다양한 가능성을 보여주신 선생님께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극 중 김수미씨의 아들 ‘일용’을 연기했던 배우 박은수(77)씨도 안타까운 마음을 전했다. 그는 뉴스1과의 통화에서 비보가 믿기지 않는다는 듯 “확실한 게 맞냐”고 되물었고 “20여 년을 함께 연기했는데 할 때마다 참 훌륭한 연기자라고 생각했다”며 “다른 선배들도 계시지만 김수미는 ‘전원일기’를 살린 연기자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했다.
김수미씨는 이날 오전 8시쯤 서울 서초구 방배동 자택에서 심정지 상태로 발견돼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결국 사망 판정을 받았다. 아들 정명호씨는 “사인을 조사한 경찰이 고혈당 쇼크사가 최종 사인이라고 알렸다”며 “당뇨 수치가 500 넘게 나왔다”고 밝혔다. 앞서 고인은 지난 5월 피로 누적으로 입원해 활동을 중단한 바 있다. 이후 9월 홈쇼핑 방송으로 공식 활동을 재개했으나 부은 얼굴과 떨리는 손, 느리고 어눌한 말투를 보여 건강 이상설이 불거지기도 했다.
고인의 빈소는 서울 성동구 한양대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됐다. 유족으로는 배우자 정창규씨와 딸 정주리·아들 정명호씨, 며느리인 배우 서효림씨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