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 디자이너이자 명품 바이어로 유명한 밀라논나(본명 장영숙·72)가 삼풍백화점에서 근무할 당시 붕괴 사고를 피할 수 있었던 사연을 털어놨다.
밀라논나는 지난 30일 방송된 MBC ‘라디오스타’에 출연해 인생의 트라우마로 남은 사건이 있다며 삼풍백화점 붕괴 사건과 아들의 뇌수술을 언급했다.
밀라논나는 1978년 한국인 최초로 이탈리아로 유학을 가 이탈리아에서 명예 기사 작위까지 받은 패션 디자이너이다. 이탈리아의 명품을 한국에 들여온 패션 바이어로도 활동했으며, 현재는 구독자 90만명을 둔 유튜버로 활동 중이다.
밀라논나는 “1995년에 삼풍백화점이 무너졌는데 그때 내가 삼풍백화점 고문이었다. 바잉 디렉터라 월, 수, 금요일만 출근하고 화, 목요일은 대학교에서 강의를 했었는데 목요일 저녁에 (삼풍백화점이) 무너졌다”고 했다.
이어 “그날 친구와 전시회를 보고 돌아오는 길이었다. 근처에서 사이렌 소리가 나더라. 무슨 일인가 싶어 집에 갔는데 국제전화가 와 불통이 됐다. TV를 켜니 내 직장이 하루 아침에 무너진 거다. 너무 큰 비극이었다”고 했다.
서울 서초구에 있었던 삼풍백화점은 1995년 6월29일 붕괴됐다. 이 사고로 손님과 직원 등 502명이 사망하고 937명이 다쳤다. 구조된 사람은 40명에 불과했고 실종자도 6명 발생했다. 이는 6·25 전쟁 이후 최대 인적 피해를 낸 참사로 기록됐다.
밀라논나는 “개인사이긴 한데 뇌동정맥 기형으로 태어난 큰아들이 1994년 고등학교 3학년 때 뇌수술을 했다. 저녁 먹다가 너무 머리가 아프다며 쓰러지더라. 업고 병원에 가 밤샘 수술을 했다. 다음 날 아침 거울 앞에 섰는데 핼쑥해진 얼굴에 머리가 하얗게 셌다. 정말 하루아침에 노파가 됐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어 “수술을 마친 의사가 나를 붙들고 마음의 준비를 하라고 했다. 그때 ‘아들을 살려주면 어려운 아이들을 도우며 살겠다’고 기도했다. 간절하게 기도했는데 지금은 사회의 일원으로서 훌륭하게, 재미있게 살고 있다”고 말했다.
두 해 연이어 큰 일을 겪은 밀라논나는 “두 일을 겪으면서 인생이 변했다. 유난히 나만 착해서 살아난 게 아니지 않나”며 “그때부터 보육원에 기부하고 일주일에 한 번씩 보육원에 가고 있다. 유튜브 수익, 도서 인세 전액을 기부하고 있다. 내 수익은 다 어려운 데에 쓴다. 이 나이에 그걸 내가 쓰면 초라하다. 나는 그동안 모아놓은 게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