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 형편 탓에 고등학교를 중퇴했던 제가 이젠 대학생들 꿈을 조금이나마 응원할 수 있어 정말 기뻐요.”
이승숙(64)씨는 7일 서울 동대문구 경동시장의 한 도라지 가게에서 이렇게 말하며 웃었다. 3평 남짓한 이곳에서 그는 43년째 도라지를 팔고 있다. 이렇게 한 푼 두 푼 모은 5000만원을 지난달 4일 “형편이 어려워 공부 못 하는 학생이 없게 해달라”며 동국대에 기부했다.
충북 제천에서 태어난 이씨는 스무 살이 되기 전 상경해 공장 직원, 버스 안내원으로 일을 시작했다. 당시 한 달 내내 끼니를 감자로 때울 정도로 형편이 어려웠다고 한다. 이씨는 “남편은 결혼한 지 얼마 안 돼 세상을 떠났다”며 “그때부터 삼 형제를 돌봐야 했던 내가 가장이 돼 경동시장에 터를 잡고 도라지, 더덕을 까며 매일 200~250원씩 악착같이 모았다”고 했다.
그의 삶을 관통한 한마디는 ‘부처님 가르침대로 살자’였다. 그는 “불교에 ‘자리이타(自利利他·스스로 이롭게 하고 남도 이롭게 하는 것)’라는 말이 있다”며 “살면서 다른 사람들에게 보탬이 돼야겠다고 다짐했다”고 했다. 주머니 사정이 넉넉지 않았지만 수년째 기회가 날 때마다 소액씩 기부해 왔다. 2010년 천안함 사태, 2020년 울산 고층 아파트 화재 땐 각각 50만원을 기부했다. 코로나 팬데믹 땐 마스크 수백 장을 기부했다. 그는 “미얀마 민주화 운동, 우크라이나 침공, 튀르키예 지진 때는 대사관, 사찰 등을 통해 기부금을 전달했다”며 “나도 형편이 어려웠지만, 나보다 더 힘든 사람들을 도울수록 내 마음이 풍요로워져, 꼬였던 일도 덩달아 잘 풀렸던 것 같다”고 했다.
동국대는 오는 21일 기부식을 열 예정이다. 동국대 관계자는 “이씨가 낸 기부금은 저소득층 학생 지원금 등으로 사용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씨는 대학생들에게 “‘뭐든 열심히 도전해 보라’는 말을 가장 해주고 싶다”고 했다. 그는 “고난과 역경은 항상 존재하는데 이를 불행한 일로 여기지 말고, 역경을 이겨내는 과정에서 새롭게 배울 수 있다”고 했다. “청년들이 부족하면 부족한 대로, 스스로 부족함을 창피하게 생각하지 말고 타인에게 기꺼이 도움을 받았으면 좋겠다”며 “대신 뜻을 이루고 나면 그만큼 간절했던 어린 마음을 기억하며 은혜를 갚을 수 있는 여유를 가졌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씨는 내년에 또 5000만원을 동국대에 기부할 계획이다. 이씨는 “막상 기부하려고 하니 아들 눈치가 보였는데 오히려 아들이 “엄마 돈이니 알아서 하시라’며 응원해 줬다”며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