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는 치료법이 없는 희귀병을 앓고 있는 네 살 딸 사랑이의 치료비용을 위해 전국 곳곳을 돌며 후원을 요청하고 있는 전요셉 씨가 29일 오후 최종 목적지인 서울 광화문광장에 도착, 마중 나온 사랑이와 뽀뽀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내에는 치료제가 없는 희귀병을 앓는 딸의 치료비 46억원을 모금하기 위해 24일간 국토대장정에 나선 전요셉(33) 씨가 29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뜻깊은 여정을 마무리했다.

전 씨는 지난 5일 부산 광안리해수욕장을 출발해 이날까지 24일간 총 880km를 걸어 서울 광화문광장에 도착했다. 교회 목사인 전 씨는 주일인 일요일을 제외하고 22일 동안 하루 평균 40km씩을 걸었다. 경남 양산, 울산, 대구, 경북 김천, 충북 영동, 대전, 충남 천안, 경기 오산·성남을 거쳐 서울까지 이어진 여정이었다.

전 씨의 딸 사랑(3) 양은 신경계 근육 희귀질환인 ‘듀센근이영양증’을 앓고 있다. 듀센근이영양증은 근육이 점점 퇴화해 10세 전후로 보행 능력을 잃고, 20대에 호흡기 근육 장애로 자가 호흡이 힘들어지는 질환이다. 대부분 30대에 사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주로 남아에게 발병하지만 여자아이의 경우 5000만분의 1의 확률로 발병한다.

사랑 양은 지난 5월 진단을 받았는데, 다리 근육이 약해 여느 아이들처럼 걷거나 뛸 수 없고, 계단조차 손잡이를 잡고 겨우 오르며 새벽에 근육 경련이 일어나 응급실에 가는 일도 잦다고 한다. 현재 국내에서는 이 질환에 대한 승인된 치료제가 없어 환자 대부분이 스테로이드 치료에 의존하고 있다. 미국에서 개발된 유전자 치료제 ‘엘레비디스’가 유일한 치료 희망이지만, 치료비용이 46억원에 달한다.

전요셉 씨가 29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 도착, 부인 이상아 씨, 딸 사랑이와 함께 소감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전 목사는 칠레에서 사랑 양과 같은 질환을 겪는 한 아이의 엄마가 국토대장정을 통해 53억원을 마련했다는 사연을 접하고, 자신도 직접 국토대장정에 나섰다. 전 씨도 교통사고로 무릎 수술을 4번이나 받았지만 포기하지 않았다. 전 씨는 도보대장정을 하는 동안 46만명에게 1만원씩 후원받는 ‘만원의 기적’ 후원 챌린지를 이어갔다. 이 사연은 소셜미디어는 통해 알려지며 큰 관심을 받았고, 13억7000만원의 후원금이 모였다.

광화문광장에 도착한 전 씨는 “계란으로 바위 치기라 길을 걸어도 내일이 어두워 보였는데 어느 순간 한분 한분이 작은 빛들을 모아주셔서 힘이 됐다”고 말했다. 그는 “진행성 근육병을 가진 아이들은 오늘의 근력이 가장 강하다”며 “하루라도 빨리 치료제가 국내에 도입되고 보험이 적용되기를 바란다”고 했다.

전 씨는 지금까지 모인 후원금과 관련 자료 일체를 충북사회복지공동모금회(사랑의열매)에 맡기기로 했다. 전 씨가 모은 후원금은 사랑의열매를 통해 사랑 양의 치료비로 지정 사용된다. 사랑의열매는 모금액 46억원 달성을 위해 추가로 사랑 양을 위한 특별 후원 모금을 진행할 예정이다.

현재 척수성 근위축증 치료제 ‘졸겐스마’ 등 일부 고가 유전자 치료제는 보험 적용이 되고 있으나 사랑 양을 치료하는 데 필요한 엘레비디스는 아직 국내에 도입되지 않은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