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에 경사가 났습니다. 25년 만이에요.”
지난 30일 오전 강원도 정선군 북평면 장열2리 마을회관에서 잔치가 열렸다. 이 동네에서 25년 만에 태어난 아이의 백일잔치다.
백일잔치의 주인공은 이준영(41)·최영화(32)씨 부부의 아들 이강군이다. 옥색 도포를 입은 이군이 등장하자 조용했던 마을회관에 환호성이 울렸다. 이군은 지난 8월 태어나 오는 3일 백일을 맞는다.
이군의 백일을 축하하기 위해 마을 주민들이 손수 잔칫상을 차렸다. 떡과 사과, 단감, 귤 등을 올리고 한우 불고기 백반과 잡채, 튀김을 만들어 손님을 맞이했다. 마을 이장과 부녀회장이 직접 장을 본 재료로 요리했다.
마을회관 벽에는 ‘사랑하는 이강이 세상의 빛을 본 지 100일째 되는 날’이라고 쓴 플래카드를 붙였다.
이날 잔치에는 이군의 가족과 마을 주민 등 70여 명이 참석해 이군의 백일을 축하했다. 면장, 이장도 참석했다.
주민들은 “강이가 우리 마을에서 오랫동안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면 좋겠다” “오랜만에 아이 우는 소리를 들으니 마을에도 활력이 넘친다” “축하할 기회를 줘 우리가 더 행복하다”고 덕담을 건넸다.
이씨 부부는 “강이를 건강하고 행복하게 잘 키우겠다”고 했다.
맹영빈 장열2리 이장은 “우리 모두 손주를 본 것 같아 설렌다”며 “강이가 건강하게 잘 자라길 바라는 마음에 정성을 다해 잔치를 준비했다”고 말했다. 김성수 북평면장은 “아이가 살기 좋은 마을이 될 수 있게 꼼꼼하게 챙기겠다”고 했다.
장열2리는 50여 가구가 사는 산골 마을이다. 수퍼마켓이나 식당도 없다. 60대 이상 노인들이 옥수수와 콩, 깨 등을 키우며 산다.
정선군이 석탄 산업으로 호황을 누리던 1970~1980년대에는 이 마을에도 광업소가 있어 150여 가구가 살았다고 한다. 하지만 광업소가 문을 닫고 청년들이 도시로 떠나면서 마을에는 노인들만 남았다.
경기 고양시에서 살던 이씨는 2014년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이 마을에 내려왔다. 대학에서 호텔경영학을 전공했다고 한다. 이씨의 부친이 이 마을에 들렀다가 마을의 경치가 예뻐서 1층 집을 사둔 게 인연이 됐다고 했다.
이씨는 “치열하게 경쟁해야 하는 도시와 달리 이곳은 조용하고 공기도 좋고 마음이 너무 편했다”고 했다. 그는 북평면에 있는 중소기업에 다니며 정선 토박이인 아내 최씨를 만나 올해 결혼했다.
아이 이름은 바람에 흔들리지 말고 굳세게 자라라는 뜻에서 이강으로 지었다.
이씨 부부는 둘째도 낳을 계획이다. 부부는 “강이를 임신했을 때도 동네 어르신들이 맛있는 음식 사 먹으라며 수시로 용돈을 주셨다”며 “사랑으로 축하해주셔서 너무 감사드린다. 조만간 둘째도 낳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