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인천 삼산월드체육관에서 열린 프로배구 V리그 여자부 경기 도중 흥국생명의 다니엘레 투리노 수석코치(왼쪽)가 조롱하는 듯한 제스처를 취하자 고희진 정관장 감독이 황당하다는 듯한 표정을 짓고 있다. /한국배구연맹

프로배구 흥국생명의 다니엘레 투리노 수석코치가 경기 중 상대 팀 지도자를 향해 조롱하는 듯한 행위를 해 논란이 일고 있다.

17일 인천 삼산월드체육관에서 열린 2024-2025 프로배구 V리그 여자부 정관장과 흥국생명의 경기는 매우 치열했다. 프로배구 여자부 한 시즌 최다 연승 타이기록인 15연승에 도전한 흥국생명은 심판 판정에 예민한 모습을 보였다. 4연승을 달리던 정관장도 애매한 판정이 나올 때마다 적극적으로 항의하며 대응했다.

2세트 14대 16으로 정관장이 앞선 상황, 흥국생명 이고은이 올린 공이 상대 코트로 넘어가자 심판진은 이고은에게 후위 공격자 반칙을 선언했다. 후위에 위치한 이고은이 전위에서 점프해 공을 상대에게 공을 넘긴 것으로 본 것이다.

비디오판독까지 이어졌지만 결국 반칙이 선언됐다. 마르첼로 아본단자 흥국생명 감독이 격렬하게 항의했지만 결과는 바뀌지 않았다. 아본단자 감독은 한참 동안 항의하다 옐로카드까지 받았다.

논란의 장면은 이후에 나왔다. 흥국생명이 19대 17로 앞선 상황에서 정관장은 작전 타임을 불렀다. 이때 흥국생명의 다니엘레 수석코치가 정관장 선수단이 있는 쪽으로 달려 나와 뒷짐을 지고 엉덩이를 쭉 뺀 상태에서 정관장 고희진 감독을 향해 어떤 말을 내뱉었다.

이를 발견한 흥국생명 스태프 한 명은 급하게 다니엘레 코치를 제지했고, 고희진 감독은 심판진에게 이를 어필했다. 고 감독이 황당해하는 표정을 짓는 장면이 방송 카메라를 통해 포착됐다.

흥국생명 다니엘레 투리노 수석코치가 정관장 선수단 쪽으로 달려와 어떤 말을 한 후 고희진 정관장 감독이 황당하다는 듯한 표정을 짓고 있다. /한국배구연맹

코치가 상대 감독에게 다가가 직접 어필하는 건 이례적인 상황으로, 조롱 논란이 불거졌다. 이날 경기를 중계하던 차상현 SBS 스포츠 해설위원은 “지도자라면 심판 판정에 불만이 있을 수 있고, 어필할 수도 있다”며 “그러나 상대 팀 감독에게 저런 행동을 하면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이날 경기는 정관장이 세트 점수 3대 1로 승리했다. 승리 기자회견에서 함박웃음을 짓던 고 감독은 당시 상황에 관한 질문이 나오자 표정이 굳었다. 그는 “당황스러웠다”며 “흥국생명에서 알아서 해야 할 일”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런 일은 발생하면 안 된다”며 “경기는 코치가 아닌 선수들이 해야 한다. 코치는 선수들이 경기를 잘할 수 있도록, 선수들이 빛날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고 했다.

흥국생명은 사과했다. 흥국생명 측은 “앞서 이고은의 반칙 선언 등 경기가 과열된 상황에서 다니엘레 코치도 흥분했던 것 같다”며 “구단은 다니엘레 코치에게 경고했고, 다니엘레 코치도 잘못된 행동을 했다며 재발 방지를 약속했다”고 밝혔다. 이어 “흥국생명은 정관장 구단과 고희진 감독에게도 사과하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