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동호인 베테랑부 랭킹 1위에 오른 성기춘 KATA 회장. /연합뉴스

창설 30주년을 맞은 한국테니스진흥협회(KATA)가 지난해 연 동호인 테니스 대회는 46개로 대회 기간이 200일이 넘는다. 연 5만명 넘는 인원이 KATA 주관 동호인 대회에 출전하고 신청을 받기 시작하면 10초 만에 다 마감될 정도로 인기가 높다. 연령층도 많이 젊어지고, 여성 참가자 수도 크게 늘어 남녀노소에게 모두 사랑받는다는 것을 보여준다.

테니스의 건강 효과를 보여주는 실험이 있다. 덴마크 코펜하겐에 사는 성인 8477명을 25년간 추적 조사해 발표한 일명 ‘코펜하겐조사(2018년)’다. 테니스를 즐기는 사람들은 평균 수명보다 9.7년을 더 오래 살았고, 그다음은 배드민턴(6.2년), 축구(4.7년) 순이었다. 테니스는 순발력이 필요한 빠르게 움직이는 동작과 밸런스를 잡으며 기회를 기다리는 시간이 교차해 인터벌 트레이닝 효과가 높다. 동료와 서로 담소를 나누면서 소통하며 시간을 보내고, 사회적 소속감을 갖게 되면서 건강해지는 구기 종목의 효과도 고루 갖추고 있다.

올해 75세를 맞은 ‘동호인 테니스의 전설’ 성기춘 KATA 회장은 테니스의 효과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산 증인이자 전도사다.

그는 지난해 동호인 대회 우승 3번, 준우승 2번을 차지하며 베테랑부(55세 이상) 동호인 순위 1위로 시즌을 마쳤다. 2012년 이후 12년 만이다. 25세 이상 오픈부 순위로도 30위권에 해당한다. 그는 만 25세 이상 출전이 가능한 오픈부(11월 충주 사과배)에서 아들뻘, 손자뻘 선수들과 실력을 겨뤄 우승하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동호인 테니스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나이 드신 ‘회장님’이라고 상대 선수들이 봐줄 것 같지만 천만의 말씀이다. 바쁜 일상에서 시간을 내 참가하는 동호인들은 프로 못지않게 경기에 전력을 다하고, 워낙 오랫동안 많은 우승을 차지한 베테랑 회장님을 이기는 것 자체가 큰 목표가 되기 때문에 다른 경기보다 더 이를 악문다고 한다.

세월은 가도 녹슬지 않는 실력의 비결은 무엇일까? 기본을 쉬지 않고 반복하는 것이다. 성 회장은 “아침에 일어나 매일 20분씩 걷고 평소 쓰는 라켓보다 조금 무거운 것으로 스윙 훈련을 포핸드 150번, 백핸드 150번씩 한다. 1주일에 세 번 정도는 개인지도를 받으러 간다”고 말했다.

그에게 테니스는 삶의 활력을 되찾아 준 청춘의 샘물같은 스포츠다. 6·25가 발발한 1950년생인 그는 30대 초반 급성 간염으로 6개월 넘게 입원하며 사경을 헤맸다. 건강 회복을 위해 노력하다 37세가 돼서야 처음 테니스 라켓을 잡았다. 중·고교 시절 탁구 선수로 활약한 경력 덕에 남들보다 비교적 빠르게 테니스에 적응할 수 있었다. 그는 투병 후 술·담배를 일절 끊고 40년 가까이 하루도 거르지 않는 철저한 훈련과 자기 관리를 생활에 녹였다. 하루 8시간 이상 수면과 세끼를 꼬박꼬박 챙기면서 40년 전과 마찬가지로 키 170㎝, 몸무게 67㎏의 체격을 유지한다. KATA 회장으로서 동호인 테니스를 활성화 한 것은 그의 공적이다. 그는 “대회 후원을 받기 위해 전국을 뛰어다녀야 하지만 그만큼 많은 분들과 좋은 인연을 맺을 수 있었다”고 했다.

성 회장에게 소망을 묻자 “많이 걷고 뛰니 건강하게 사는 것 같다”며 “좋은 사람들하고 열심히 오랫동안 테니스를 치고 싶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