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셋째까지 낳으면 3000만원”(충남 청양), “우린 5150만원까지 대출금 대납”(충북 제천), “우린 최대 1억원까지 대출금 탕감!”(경남 창원)….

전국 각지의 지자체들이 아이 낳기를 기피하는 젊은 부부를 겨냥해 마치 베팅하듯이 현금 지원 액수를 경쟁적으로 높이는 출산 장려 정책을 내놓고 있다. 출산 지원금을 기존의 3~5배로 늘리고, 주택 대출금 일부를 대신 갚아주기도 한다. 최근에는 결혼하는 부부에게 최대 1억원을 빌려준 뒤 자녀 숫자에 따라 이자와 원금을 탕감해 주겠다는 곳도 등장했다. 출생·사망자 수가 역전되는 ‘데드 크로스(dead cross)’ 현상이 처음 발생하는 등 저출산 쇼크가 각 지차체에 인구 감소로 현실화하자 파격적인 출산 유인책을 내놓는 것이다.

경남 창원시는 ‘인구 100만명 사수(死守)’를 위해 ‘결혼드림론’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창원시는 내년부터 광역시급 행정·재정적 권한을 갖는 ‘특례시’로 출범할 예정인데, 인구가 100만명 아래로 떨어지면 자격을 상실하기 때문이다. 2011년 진해·마산과 통합 직후만 해도 인구가 109만명에 달했지만, 제조업 침체로 근로자가 급감하고 집값이 더 싼 인근 지자체로 빠져나가는 주민이 늘면서 지난해 103만7000명대로 떨어졌다.

창원시는 결혼하는 부부에게 최대 1억원까지 저리(低利)의 ‘결혼드림론’을 지원하고, 3년 안에 자녀를 출산하면 이자를 면제해 주기로 했다. 여기에다 10년 안에 자녀 두 명을 낳으면 대출금 30%를 탕감하고, 세 자녀인 경우 대출금 전액을 갚지 않아도 된다. 창원시 관계자는 “매년 4만명씩 인구가 감소한 헝가리가 비슷한 정책을 펼쳐 30년 만에 혼인 건수가 최고치를 기록했다는 사례를 참고했다”고 말했다.

충북 제천시는 올해부터 주택자금으로 5000만원 이상 빌린 가구가 아이를 출산하면 대출금을 대신 갚아주기로 했다. 첫째가 태어나면 150만원, 둘째는 1000만원, 셋째는 4000만원을 지원하는 방식이다. 아이 셋을 낳으면 지자체가 은행 빚 5150만원을 대신 갚아주는 셈이다. 이미 첫 수혜자가 나왔다. 지난 1일 셋째 아기를 낳은 박모(35)씨가 주택 담보 대출금 4000만원을 지원 받기로 결정이 났다.

충남 청양군은 출산 지원금을 높였다. 첫째부터 셋째까지 100만원, 200만원, 500만원을 지급하던 것을 올해부터 500만원, 1000만원, 1500만원으로 상향 조정했다. 다섯째 이상이면 최대 3000만원까지 준다. 아이 5명을 낳으면 출산 장려금으로만 총 8000만원을 받는 셈이다. 강원도는 올해 만 3세 이하 가정에 지급하는 육아 기본 수당을 월 30만원에서 40만원으로 올렸다.

울산시는 4월부터 신혼부부에게 공공 임대주택 임대료와 관리비를 매달 최대 35만원까지, 최장 10년간 현금으로 지원한다고 지난 13일 밝혔다. 지난해 2분기 합계출산율(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출산율)이 처음으로 1명 아래로 떨어지고, 출생아 숫자가 최근 6년 새 반토막으로 줄어드는 등 인구 감소세에 가속도가 붙자 내놓은 고육책(苦肉策)이다.

전문가들은 출산율을 단기간에 높여 ‘지방 소멸’ 위기를 돌파하려는 고육책이 잇따르고 있지만, 지원금 높이기 경쟁은 지속 가능한 해법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정재훈 서울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보여주기식 경쟁으론 인구 총량을 늘리는 데 한계를 나타낼 것”이라며 “아이를 낳아 기르고, 교육시키며, 일할 수 있는 사회 기반을 제대로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