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오전 수문이 모두 열린 충남 공주시 공주보 모습. 대통령 직속 국가물관리위원회는 금강 세종보, 영산강 죽산보는 전면 해체, 공주보는 부분 해체하기로 했다. /신현종 기자

4대강 사업으로 만든 금강·영산강의 5개 보(洑)를 해체하거나 보 수문을 열어 상시 개방할 것이라는 대통령 직속 국가물관리위원회의 결정이 알려지자 금강·영산강 주민들이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19일 전남 나주시 영산강 죽산보(洑) 인근에 모인 죽산보해체반대투쟁위원회 회원들은 “죽산보는 국가 재난 방지 시설”이라며 “정치 논리로 죽산보를 해체하지 말라”고 외쳤다. 김태근 투쟁위원장은 “나주시 다시면은 농민 40%가 강물에 의지해 농사를 짓는데 보가 없으면 물이 줄어 농사가 직격탄을 맞을 것”이라며 “최대한 이른 시일 안에 가처분 신청을 비롯해 법적 투쟁에 돌입하겠다”고 했다.

죽산보는 이명박 정부 때 1540억원을 들여 설치돼 인근 주민들에게 농업용수를 제공하고 있다. 그런데 정부가 다시 수백억원을 들여 보를 해체하겠다고 하자 주민들이 “해괴한 결정” “멀쩡한 보를 왜 파괴하느냐”며 반발하고 있는 것이다. 보 건설로 수량이 많아지자 나주시는 2012년 9월 죽산보 상류 영산포 선착장에서 관광 상품으로 ‘황포돛배’를 띄워 운영하고 있다. 그런데 죽산보가 해체되면 영산강 뱃길 관광 사업은 불가능해진다. 강건희 영산포상가상인회 회장은 “황포돛배를 강탈 당한 기분”이라고 말했다.

‘죽산보 해체 반대 투쟁 위원회’회원들이 19일 전남 나주시 다시면 죽산보 앞에서 해체 반대 기자회견을 열었다. 국가물관리위원회에서 지난 18일 죽산보에 대해 해체 결정을 내렸다. /김영근 기자

반면 환경단체 측은 “구체적인 보 해체 시기를 정하지 않은 것은 미흡하다”면서도 환영 입장을 내놨다. 광주환경운동연합은 “4대강 보 탓에 환경 문제와 홍수 우려가 상존했는데 보 해체로 자연성을 회복하게 됐다”며 “죽산보 해체는 강 자연성 회복의 첫 단추”라고 했다.

이날 오전 세종보가 들어선 금강은 군데군데 강바닥이 드러나 있었다. 돌과 자갈이 쌓인 곳에는 잡풀이 무성했다. 사업비 1287억원을 들여 2012년 완공한 세종보는 현재 모든 기능을 상실한 상태다. 정부가 4대강 자연성 회복을 이유로 2018년 1월부터 만 3년을 수문을 완전 개방해 물을 담는 보의 기능을 무력화시킨 것이다. 연간 1200만㎾ 전력을 생산하던 세종보 수력발전소도 가동을 멈췄다. 최영락 세종보지키기시민연대 대표는 “강을 살리려면 공장 폐수와 축산 분뇨 같은 오염원을 줄여야지 보를 없애는 게 말이 되느냐”고 했다.

세종시는 세종보 기능이 상실되자 1억5000만원을 들여 세종보에서 5㎞ 상류에 돌을 쌓아 물막이용 보를 만들었다. 세종호수공원에 있는 인공 호수 수위를 유지하기 위한 용수를 확보하기 위해서다. 인근 양화취수장에서 끌어올린 물을 2.5㎞ 정도 떨어진 세종호수공원에 매일 1만2000t씩 공급한다. 최 대표는 “앞으로 금강 보행교도 건설될 예정인데 말라붙은 금강을 누가 보고 싶어할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부분 해체 결정을 한 공주보 주민들도 대책 마련에 나섰다. 윤응진 공주보해체반대투쟁위원회 사무국장은 “여론조사에서 공주보 철거 반대 의견이 74%로 나왔다. 이번 결정은 공주시민들 의견을 무시하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