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와 25개 자치구가 이르면 4월부터 총 5000억원 규모의 재난 지원금을 선별 지급하기로 했다. 구비 5000억원을 들여 무이자로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를 대상으로 대출도 한다. 총 1조원에 달하는 돈이 풀리는 셈이다. 시와 자치구는 코로나로 인해 피해를 입은 계층을 집중 지원한다는 취지라고 밝혔다. 그러나 일각에선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2주 남겨둔 상황에서 나온 발표라 ‘선거용’이란 비판도 일고 있다.
서정협 서울시장 권한대행과 이동진 서울시구청장협의회장(도봉구청장)은 22일 서울시청에서 브리핑을 열고 시민 약 70만명과 업체 약 33만5000곳을 대상으로 재난 지원금을 지급한다고 밝혔다. 집합금지·제한으로 피해를 입은 업종에 지급하는 정부의 4차 재난 지원금에 더해 추가 지원금을 지급하고, 미취업 청년들에게는 지역사랑상품권을 지원한다. 서정협 권한대행은 “이번 조치는 정부의 4차 재난지원금을 보완하는 성격”이라며 “서울은 임대료 등 고정 비용이 높아 영업 피해가 더 컸던 점을 감안한 것으로 선거와는 무관하다”고 했다.
서울시와 25개 자치구는 코로나로 집합 금지나 영업이 제한된 사업체 등 27만5000곳에 정부 재난 지원금과 별도로 60만~150만원의 ‘서울 경제 활력 자금’을 지급한다. 예를 들어 작년에 집합 금지 대상이었던 실내 체육 시설은 정부 재난 지원금 500만원에 시와 자치구 지원금 150만원을 더해 총 650만원을 받을 수 있다.
작년 코로나로 폐업한 업체는 현금을, 취업을 못 한 청년 17만1000명은 지역사랑상품권을 50만원씩 받는다. 기초생활 수급자, 차상위 계층, 한 부모 가족 등 취약 계층 46만명에겐 현금 10만원씩, 요양 시설이나 어린이집 등 피해 업종 업체, 마을버스 등 운수업 종사자, 문화 예술인 등 피해 업종 종사자도 50만~100만원을 지원받는다. 재원 5000억원 중 3000억원은 서울시, 2000억원은 각 자치구가 도맡는다.
서울시와 서울시 구청장협의회는 “선거와는 무관하다”고 선을 긋고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정부에서 재난 지원금을 전국 공통으로 주는데 서울은 물가, 임대료, 인건비 등이 비싸서 상대적으로 소상공인 고통이 더 커 추가 지원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동진 도봉구청장도 “여야 관계없이 25개 자치구가 모두 지원 의지에 공감했다”고 했다. 구청장 25명 중 유일한 야당 소속인 조은희 서초구청장도 “발표 시기를 두고 논란이 있을 수 있지만 코로나로 시민들 고통이 워낙 크기 때문에 서둘러 지원하는 데 동의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야권에선 선거를 의식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왔다. 아직 정부의 4차 재난 지원금 지급 방안도 발표되지 않은 상황에서, 선거 직전에 서울시가 재난 지원금 카드를 들고나온 것은 선거용이란 의구심을 낳는다는 것이다. 민주당 박영선 서울시장 후보는 이날 서울시 발표와는 별도로 “서울 시민 1인당 10만원의 보편 재난 위로금을 지급하겠다”고 공약했다. 박 후보 진영은 입장문을 내고 “서울시의 재난 지원금 지원 결정을 환영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