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때문에 답답했던 아이들이 뜨끈한 노천탕에서 물놀이를 즐기며 한껏 신이 났다. 엄마는 딱 서너 명만 즐길 수 있는 공간이라 마음이 놓인다고 했다. 경남 창녕군 부곡 온천 관광특구가 가족 관광 명소로 주목받고 있다. 최고 온도가 78도에 달하는 온천수를 앞세워 지난해 전국 각지에서 240만명의 관광객을 끌어모았다. /김지호 기자

지난 27일 경남 창녕군 부곡면 거문리 부곡 온천 관광특구의 한 호텔. 어린이 3명이 뜨끈한 노천탕에서 깔깔 웃으면서 물놀이에 한창이었다. 대구 달서구에서 여섯 살 아들과 친구의 아들딸 남매를 데리고 온 구본숙(38)씨는 “코로나 때문에 사람들이 몰리는 공중 시설은 아예 멀리하는데, 부곡 온천 가족탕은 우리끼리만 이용할 수 있어 마음이 놓인다”고 말했다. 그는 “놀이 시설까지 갖춘 곳이 많아 어린 자녀를 둔 부모들이 많이 찾는다”고 말했다.

창녕군은 해외여행이 자유롭지 못하던 시절, 신혼여행지와 가족·단체 관광지로 이름을 날렸던 ‘국내 1호 워터파크’ 부곡 하와이의 고장. 최근 코로나 시대에 가족 온천 명소로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1977년 ‘국민 관광지’로 지정된 이후 창녕 관광을 이끌었던 부곡 하와이가 2017년 경영난으로 문을 닫았지만, 이 일대 온천 호텔과 리조트 등 20여 곳은 가족탕을 대폭 늘리는 전략으로 손님 끌기에 성공했다. 국내 최고 수온을 자랑하는 섭씨 78도 온천수를 지하 380~400m에서 끌어올려 하루 5000t씩 공급하고 있다.

창녕군에 따르면 지난해 부곡 온천을 찾은 이는 242만명(온천수 사용 기준). 국내에 코로나 감염이 발생하기 전인 2019년 283만명, 2018년 282만명에 비해선 줄었지만, 관광객 숫자가 곤두박질친 다른 관광지에 비하면 돋보이는 실적이다.

◇'가족탕'으로 변신, 코로나 위기 정면 돌파

덕암산과 종암산 등 해발 500m를 넘는 산자락이 주변을 병풍처럼 둘러싼 부곡 온천은 솥뚜껑을 엎어 놓은 듯한 분지 형태 지역에 자리 잡고 있다. 솥뚜껑 꼭지 부근에 자리 잡은 레인보우호텔은 가장 높은 74~75도 고온 온천수가 뿜어져 나와 따로 식혀서 공급해야 할 정도다. 솥뚜껑 가장자리 쪽에 있는 호텔에서도 40~50도 온천수가 샘솟는다. 창녕군 생태관광과 송종진 온천팀장은 “국내에선 25도 이상의 온수만 나와도 온천으로 분류한다”며 “40도 이상이면 고온에 속한다”고 했다.

부곡 온천 관광특구는 해발 500m를 넘나드는 산자락이 병풍처럼 둘러싼 분지 지역에 자리 잡고 있다. /창녕군

가족탕과 어린이 체험 시설을 갖춘 부곡 온천 일대 업소는 주말이면 비어있는 객실이 없을 정도다. 한성호텔을 운영하는 남영섭(65) 부곡온천관광협회장은 “6월 초까지 주말은 예약이 다 찼다”며 “코로나 사태로 대중목욕탕 손님은 평소보다 70% 넘게 급감했지만, 이곳 이용객은 20% 정도 줄었다”고 말했다. 그는 “국내 여행객의 눈높이에 맞추기 위해 호텔과 리조트가 객실의 1인용 욕조를 3~4명이 함께 들어갈 수 있는 가로 2m, 세로 3m 크기의 가족탕으로 바꾸는 리모델링 작업을 벌였는데, 비대면(非對面) 시대에 주효한 것 같다”고 말했다.

‘키즈스테이호텔 인 부곡’은 가족탕과 함께 글램핑장, 레이싱 룸, 키즈 카페 등 다양한 주제로 객실을 꾸며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명소다. 객실마다 트램펄린, 레이싱 카, 공주 침대 등 아이들이 좋아할 요소를 갖췄다. 최영미(40·울산 남구)씨는 “아이들이 좋아해 매달 한 번 오게 된다”며 “하룻밤 숙박비가 20만원대로 싸지는 않지만, 안전하게 다녀올 수 있어 찾게 된다”고 말했다. 부곡 온천 일대 객실은 3만원짜리부터 80만원대 럭셔리룸까지 다양하다. 한창일(48) 부곡크라운호텔 대표는 “주말이나 휴가철에는 하룻밤에 60만~80만원짜리 객실도 꽉 찬다”며 “중국이나 일본, 동남아 대신 창녕 주변 골프장을 찾은 서울과 수도권 골퍼도 많이 찾는다”고 말했다.

◇”관광객 600만명 시대 열겠다”

부곡 온천에는 숙박·목욕 시설 23곳뿐 아니라 식당 30여 곳, 소매업 20여 곳 등 70여 곳의 연관 업체가 몰려 있다. 관광에서 새 먹을거리를 찾는 창녕군은 부곡 온천 일대를 확장하는 한편, 생태 관광지와 연계해 연간 관광객 600만명 시대를 열겠다는 구상이다.

우선 20억원을 투입해 부곡 온천 힐링 둘레길(5.2㎞)을 올해 말 준공한다. 숙박 시설이 몰려 있는 온천중앙로부터 부곡 온천 소공원 족욕장, 덕암산 등산로, 백운암, 부곡 온천 테마거리 등을 잇는 코스다. 앞으로 약수터, 요가 치유 숲, 체육 시설, 하늘 다리를 조성해 온천욕과 산책, 휴양을 한자리에서 즐길 수 있게 할 계획이다. 당일치기로 목욕만 하고 돌아가는 관광객들을 붙잡기 위해 지난해 말 3억원을 들여 야간 경관 조명을 설치했다. 온천중앙로길 1㎞ 구간의 벚나무 수십 그루에 둥근 등을 달아 운치를 더했다. 부곡 온천 특구에서 걸어서 5분 거리에 스포츠 전지 훈련지도 조성했다. 남영섭 회장은 “축구·야구·궁도·검도·민속씨름 등 전국 단위 대회가 연중 열려 비수기가 없다”고 말했다.

창녕군은 생태 관광에도 힘을 쏟고 있다. 천연기념물 제524호 우포늪 주변의 생태관에서 과학 체험 교실을 운영하고, 오는 10월엔 국제습지엑스포를 열 계획이다. ‘대한민국 100대 명산’으로 꼽히는 화왕산(해발 757m) 억새숲을 복원하고 둘레길과 등산로를 정비한다. 군 전 지역을 2024년까지 유네스코 생물권 보전 지역으로 지정하는 등재 사업도 추진한다. 한정우 창녕군수는 “부곡 온천 특구와 우포늪, 화왕산을 3대 관광 벨트로 구축해 창녕을 세계적 생태 관광도시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창녕=김주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