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하동 섬진강에서 재첩을 잡아 판매하는 정명채(54) ‘섬진강사람들’ 대표는 9일 “올해 조업은 사실상 끝났다고 본다”고 했다. 섬진강은 국내산 재첩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대표 산지. 매년 4월부터 7월까지는 재첩잡이로 한창 분주할 시기지만, 지난해 여름 물난리로 재첩 서식지가 파괴된 여파가 올해까지 이어지며 재첩 구경이 힘들어진 것이다.
경남 하동군에 따르면, 섬진강 재첩 생산량은 지난 4월 전혀 없었고, 5월 40t, 6월 22t 등 석 달간 62t에 그쳤다. 지난해 같은 기간 생산량(398t)의 15%에 그쳤다.
섬진강 재첩이 사라지자 인근 가공 공장에선 ‘섬진강 하동산 재첩’ 타이틀을 내려놓고, 부산이나 부안 재첩을 섞어 ‘국내산 재첩’으로 판매하는 실정이다. 일부 어민들은 인근 농가 일손을 거들거나, 일용직을 전전하며 생계를 유지하고 있다.
하동군과 어민들은 재첩이 자취를 감춘 원인을 지난해 여름 집중 호우로 보고 있다. 지난해 8월 7~8일 하동군 화개면 일대에 최대 531㎜ 장대비가 쏟아졌다. 여기에 섬진강 상류의 댐 방류까지 더해지면서 거센 물살이 중·하류 재첩 서식지를 쓸고 내려갔다는 것이다.
조재권 국립수산과학원 남동해수산연구소 박사는 “재첩은 보통 6~8월 사이 강바닥에 산란하고, 1년 정도 자란 것을 채취한다”며 “환경 영향에 대한 조사가 필요하겠지만, 한창 산란하고 자라야 할 시기에 홍수 등이 서식 환경에 영향을 준 것으로 추정된다”고 했다. 홍수 이후 강 상류에서 떠내려 온 토사가 쌓여 썰물 때면 하구 쪽 강바닥이 물 위로 자주 드러나는 것도 재첩 서식을 어렵게 만들었다고 한다.
어민들은 이달 중 정부에 피해 보상을 요청할 계획이다. 자체적인 용역 조사 결과, 재첩 등 어업 피해 규모가 165건, 27억원 상당으로 조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