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이건희 회장이 서귀포시에 기증한 이중섭 화백 작품. 왼쪽부터 '섶섬이 보이는 풍경' '해변의 가족' '비둘기와 아이들'./제주도

고(故)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기증한 이중섭 화백 작품을 공개하는 ‘70년 만의 서귀포 귀향(歸鄕)’ 특별전이 서귀포시 이중섭미술관에서 지난 5일 개막했다.

이중섭 화백은 6·25전쟁이 한창이던 1951년 가족과 함께 서귀포로 피난을 온 뒤 꼬박 1년 동안 알자리 동산이라 불리던 동네의 4.6㎡ 남짓의 단칸방에 머무르며 작품활동을 이어갔다.

이 화백은 궁핍한 생활 속에서도 부인 야마모토 마사코 씨, 그리고 두 아들과 함께 바닷가에서 게나 물고기를 잡으며 전쟁의 시름을 잊었고, 가족의 행복이 담긴 그의 소중한 추억들을 그림에 담았다. 이후 그의 작품 세계에선 소와 새, 어린이, 물고기와 게가 주된 모티브로 등장하게 됐다.

내년 3월 6일까지 열리는 이번 특별전에선 고(故)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유족으로부터 기증 받은 ‘섶섬이 보이는 풍경’ 등 유화 6점과 수채화 1점, 은지화 2점, 엽서화 3점 등 12점이 전시된다.

기증 작품 중 ‘섶섬이 보이는 풍경’, ‘해변의 가족’, ‘아이들과 끈’ 등은 화가 이중섭이 가족과 함께 피난 온 이후 가장 행복한 시간을 보낸 서귀포와의 인연을 엿볼 수 있는 작품들이다.

이중섭의 아들 야마모토 야스나리 씨는 일본에서 보내온 특별전 축사를 통해 “흩어졌던 작품들이 70년 만에 제작된 서귀포로 돌아온 것을 아버님도 매우 기쁘게 생각할 것”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이번 특별전은 원화와 함께 원화 이미지를 활용한 미디어아트, 이중섭의 삶과 작품세계를 살펴볼 수 있는 연대기, 미술관의 발자취 등도 함께 전시돼 이중섭의 생애에 대한 이해를 높일 수 있도록 기획됐다.

특별전은 코로나의 영향으로 1일 8회로 나눠 관람객을 1회당 20명씩 160명으로 제한하고 있다.

전은자 이중섭미술관 학예사는 “지난 5일에 이어 6일에도 관람객이 모두 제한 인원을 채울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며 “이중섭 화백의 가족에 대한 사랑을 느낄 수 있는 작품들이 공개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특별전은 전시와 해설 영상물을 별도로 제작해 비대면 온라인 전시도 함께 진행된다.

이중섭미술관은 이번 기증으로 60점의 이중섭 원화 작품을 소장하게 됐다. 또 이중섭 화백의 유품인 팔레트 등 37점을 포함하면 모두 97점의 이중섭 관련 자료를 소장하게 됐다.

서귀포시는 특별전 이외에도 9월 6일 이중섭 화가의 기일을 기리기 위한 이중섭 창작뮤지컬과 오페라, 예술제, 이중섭 세미나 등 다양한 행사를 열 예정이다.

관람은 이중섭미술관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한 사전 예약 또는 현장 발권(사전예약 마감 후 잔여 인원 대상)으로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