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내버스 노사간 협상이 최종 결렬되면서 대전에서 14년만에 시내버스가 파업에 들어갔다.

대전시지역버스노조와 사측인 대전버스운송사업조합은 29일 오후 4시부터 자율교섭·특별조정에 들어갔으나 30일 오전 2시를 기해 최종 결렬을 선언했다. 이에 따라 노조 측은 30일 오전 5시부터 파업에 들어갔다.

버스 준공영제를 시행중인 대전의 시내버스 /대전시

2007년 6월 이후 14년 만에 시내버스가 파업에 들어감에 따라 버스 이용객들의 큰 불편이 우려되고 있다. 파업으로 인해 시내버스 운행은 정상 운행시와 비교해 평일은 61%, 주말은 72% 수준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대전시는 비상수송대책을 마련하는 등 시민 불편을 최소화하기로 했다. 시는 파업에 참여하지 않는 3개 시내버스 회사와 비노조원의 시내버스 운행, 전세버스 임차, 도시철도 증편 운행, 택시 부제 해제 등 비상 대책을 마련했다. 파업에 참여하지 않는 3개 업체 기사들과 비노조원들이 시내버스 394대를 운행하고, 교통 소외지역 29개 노선은 정상적으로 운행할 방침이다. 전세버스 197대, 관용버스 8대도 비상 수송에 동원된다. 버스 파업 기간에 시내버스와 전세버스, 관용차량은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이날 출근길 곳곳에서 버스 배차간격 안내가 뜨지 않아 시민들이 불편을 겪었고, 버스를 기다리다 포기하고 택시를 잡는 모습도 자주 보였다. 대체 투입된 전세버스가 노선번호를 붙이고 운행했지만, 이 번호를 제대로 보지 못하고 뒤늦게 허둥지둥 버스에 오르기도 했다. 운행 버스가 줄자 아침부터 승용차 이용량이 늘어 주요 도로 일부 구간에선 정체가 빚어졌다. 대전시가 도시철도 운행을 48회 증편하면서 시내버스를 타던 직장인과 학생 등이 지하철을 이용해 평소보다 역사가 붐볐다.

회사원 이모(35)씨는 “평소 5∼10분 만에 오던 버스가 30분이 넘어도 안 와 결국 택시를 타야 했다”며 “코로나로 다들 힘든 와중에 버스까지 파업해 시민들이 불편을 겪어야 하니 답답할 뿐”이라고 했다.

노조는 기사 정년 3년 연장, 임금 4.7% 인상, 단체협약에 법정 공휴일을 유급휴일로 명시하는 방안 등을 요구했으나 사측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노조는 준공영제를 시행 중인 지방자치단체 가운데 대전은 정년이 만 60세지만 서울·인천·대구는 만 63세, 부산은 만 62세, 광주는 만 61세라며, 정년을 연장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노조는 단체협약에 법정 공휴일을 유급휴일로 명시하는 방안도 요구했다. 이에 대해 사측은 코로나 여파로 승객이 감소해 경영난에 처했다며 수용 불가 입장을 밝혔다.

노사 협상을 지켜본 대전시 관계자는 “사측은 정년 연장과 관련해 청년 취업난 등도 있으니 시한을 두고 논의하자는 입장”이라며 " 승객이 줄어 경영난이 심해진 상황에서 정년 연장이나 유급 수당 제공 등은 쉽지 않은 상황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대전시 관계자는 “도시철도를 하루 242회에서 290회로 48회 증편하고, 택시 부제와 승용차 요일제 해제, 가로변 버스전용차로 해제, 공공기관 시차출근제도 운용해 시민 불편을 최소화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