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을 성폭행한 유도 코치에게 무고 혐의로 고소를 당한 전직 유도 국가대표 선수였던 신유용(26)씨가 코치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 일부 승소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 87단독 박나리 판사는 지난달 29일 신씨가 전 코치였던 손모씨와 손씨 아내 김모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 “손씨가 3000만원을 배상하라” 일부 승소 판결했다. 김씨에 대한 청구는 기각됐다.
신씨는 2011년 7~9월 전북 고창군의 한 고등학교에 있는 유도부 코치실에서 손씨에게 성폭행을 당했다고 폭로한 뒤, 손씨를 고소했다. 당시 신씨의 나이는 16세였다. 지난해 손씨는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강간), 무고 혐의로 지난해 징역 6년 5개월이 확정됐다.
그러나 손씨는 신씨와 연인 관계였고, 합의 하에 맺은 성관계였다며 신씨를 무고 혐의로 고소했다. 또 김씨는 신씨를 상대로 손씨와 바람을 피워서 정신적 피해를 입었다면서 상간녀 소송을 제기했다. 그러나 손씨가 1심에서 징역형을 선고받자, 소를 취하했다.
이후 신씨는 손씨에게 1억원, 김씨에게 5000만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했지만 재판부는 손씨에게 3000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고 김씨에 대한 청구는 기각했다.
재판부는 “손씨의 무고 행위는 신씨에 대한 불법 행위에 해당하고, 이로 인해 신씨가 상당한 정신적 고통을 받았을 것은 경험칙상 명백하다”면서 “이런 정신적 고통에 대한 위자료를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했다. 단 김씨를 상대로 낸 소송에 대해선 신씨에게 고통을 주려는 의사로 이뤄진 불법 행위로 보기 어렵다고 봤다.
신씨 측 이은의 변호사는 6일 페이스북을 통해 “성범죄 사건에서 가해자의 배우자가 피해자에 대해 2차 가해를 하는 일들이 종종 벌어지고 있다. 김씨의 경우 단순한 가해자의 배우자가 아니라 과거 피해자가 성폭행 피해를 입던 시절 관리감독자로서 보호의무가 있었던 코치였던 신분에 있었던 자라는 특별한 사정을 고려할 때, 민사법상 위법성은 있다고 볼 수 있다는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고 했다. 항소 여부에 대해선 종합적으로 검토해 결정하겠다고 전했다.
이어 “이 일을 계기로 사법부나 수사기관만이 아니라 대한체육회 등 유관기관 등에서도 비극적인 일들이 되풀이되지 않을 수 있도록 그리고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가 중단될 수 있도록 적극적인 조치에 나서 줄 것을 촉구한다”고 했다.
신씨도 페이스북에 이 변호사의 글을 공유한 뒤 “선한 영향력으로 많은 피해자들께 힘이 됐으면 한다. 아울러 저에 대한 근거 없는 소문들은 멈춰 달라. 저는 딛고 오늘도 한걸음 더 나아간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