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경기도 남양주 지하철 공사현장. /조선일보 DB

지난 2016년 14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경기도 남양주 지하철 공사장 폭발사고를 두고 원청업체들이 안전관리를 소홀히 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졌으나 오랜 법정 다툼 끝에 대다수 혐의가 무죄를 선고받았다. 일부 유죄받은 항목의 경우 몇백만원대의 벌금형 수준에 그쳤다.

당시 사상자 상당수는 하청업체 직원이었는데 ‘재해방지 의무는 사업주와 근로자 사이에 실질적인 고용관계가 성립해야 적용된다’는 옛 산업안전보건법이 적용됐다. 해당 판결은 지난해 38명 사상자를 발생한 이천 한익스프레스 물류창고 화재 등 각종 유사 사건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의정부지법 형사3단독 신정민 판사는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포스코 건설 등 6개 업체와 현장소장 A씨의 대부분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고 17일 밝혔다.

재판부는 당시 적발된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사항 170여건 대부분은 이들 업체에 책임을 물을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 밖에 포스코건설과 A씨에게 적용된 합동 안전·보건 점검 미이행 혐의 등 2건만 유죄로 인정했다. 법원은 이들에게 각각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사고 현장에서 일한 하청업체 근로자들이 원청업체와 실질적인 고용 관계가 있다거나 공사 현장에 안전·보건상 위험성이 있었다는 사실을 인정하기에 부족하다”며 “개정 전 법령에 따라 원청업체가 안전·보건 조치 의무를 부담한다고 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이 법은 충남 태안 화력발전소 사내 하청 노동자 고 김용균씨 사망 사고를 계기로 2019년 1월 개정됐다.

유죄로 판단한 부분에 대해서는 “포스코건설과 A씨는 산업재해를 예방하기 위해 안전·보건에 관한 협의체를 운영하지 않았다”며 “하청업체 근로자 대표가 참여하는 합동 안전보건 점검을 시행하지 않은 점 등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앞서 2016년 6월 1일 남양주시 지하철 4호선 연장인 진접선 공사 현장에서 폭발·붕괴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근로자 4명이 숨지고 10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전날 작업자가 지하 12m에서 용접·절단 작업 후 가스통 밸브를 잠그지 않고 퇴근한 탓에 가스가 새어 나와 쌓였고, 다음날 작업자가 점화하는 순간 폭발했다.

당시 사건을 수사한 중부지방고용노동청은 사고 다음 날부터 12일간 ‘중대 재해 발생 사업장 특별감독’을 통해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사항을 다수 적발해 검찰에 넘겼다.

한편 당시 폭발사고로 기소된 원청 업체들과는 별도로 A씨를 비롯해 작업자, 감리업체 관계자 등 개인 9명이 산업안전보건법 위반과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으며 이들에 대한 선고공판은 다음 달 25일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