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자명예훼손 혐의로 1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은 전두환 전 대통령이 지난 8월 9일 광주지법에서 열린 항소심 재판을 받고 법원을 나서고 있다. /김영근 기자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전두환(90) 전 대통령 측이 1심에 이어 항소심에서도 ‘전일빌딩 탄흔을 헬기 사격에 의한 것으로 볼 수 없다’는 주장을 펼쳤다.

광주지법은 18일 201호 형사대법정에서 형사1부(재판장 김재근) 심리로 전 전 대통령에 대한 항소심 6번째 공판기일을 열었다.

이날 재판에서는 광주광역시 금남로 1가 전일빌딩 10층 안팎에서 발견된 탄흔 감정 결과에 대한 증거 조사가 진행됐다.

이 재판은 고(故) 조비오 신부가 1980년 5월 21일 오후 광주 불로교 상공에서 헬기사격을 목격했다고 증언한 것을 전씨가 회고록에서 거짓말이라고 비난해 열리게 됐다. 이 때문에 당시 전일빌딩을 비롯한 인근에서 헬기사격이 있었는지 여부가 주요 쟁점이다.

전일빌딩은 1980년 당시 옛 전남도청 일대에서 가장 높은 건물로, 지난 2016년 리모델링을 앞두고 노후화 정도와 사적 가치를 조사하다가 10층 안팎에서 탄흔이 다수 발견돼 광주광역시가 국과수에 감정을 의뢰했다.

국과수는 전일빌딩보다 더 높은 곳에서의 사격이 아니면 10층 바닥에 탄흔을 만들어낼 수 없다며, 정지 비행 상태에서 헬기 사격 가능성을 제기했다.

피고인 측 정주교 변호사는 건물의 3D 도면에 탄흔의 궤적을 제시한 뒤 “헬기가 하향 사격을 했다면 외벽 두께, 창틀 때문에 10층 내부 창가 쪽 탄흔은 사실상 생길 수 없다”고 주장했다. 또 상향 탄흔에 대해서도 “헬기로는 만들 수 없는 탄흔으로, 계엄군이 금남로에서 전일빌딩으로 대응 사격하거나 전일빌딩 실내 수색 시 사격한 것으로 추정된다”며 1심에서와 비슷한 주장을 했다.

검찰은 이에 대해 “1심에서 이미 10층의 모든 탄흔이 동일한 원인으로 발생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고, 국과수도 모든 탄흔을 헬기 사격에 의한 것으로 특정하지는 않았다”고 반박했다.

재판부는 다른 추가 증거가 있으면 서면으로 제출받고, 오는 11월 29일 변론을 마무리하겠다고 밝혔다.

전 전 대통령은 지난 2017년 4월 펴낸 회고록에서 5·18 당시 헬기 사격을 목격했다고 증언한 조 신부에 대해 ‘성직자라는 말이 무색한 파렴치한 거짓말쟁이’라고 기술, 사자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