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구례군이 9년 전 환경부 반대로 무산된 지리산 케이블카 사업을 재추진하는 것으로 2일 확인됐다. 인구가 2만5000명으로 전남에서 가장 적어 ‘소멸 고위험 지역’으로 분류되는 구례군은 지역 경제를 살리기 위해 케이블카를 반드시 추진하겠다는 입장이지만, 환경부와 환경단체가 여전히 반대하고 있어 성사 여부는 불투명하다.

구례군은 이달 중순 지리산 케이블카 노선과 사업 효과, 자연보호 대책 등을 담은 ‘공원계획 변경 요구서’를 환경부에 제출한다고 이날 밝혔다. 2012년 구례군과 전북 남원, 경남 산청·함양 등 지리산과 인접한 4개 지자체가 케이블카 사업을 자체 노선으로 각각 추진했지만, 환경부 반대로 제동이 걸린 뒤 9년 만에 단독으로 재추진에 나선 것이다.

구례군이 새로 추진하는 케이블카 노선은 3.1㎞다. 이전 계획(4.3㎞)보다 1.2㎞ 줄였다. 구례 산동면 지리산 온천 관광단지에서 출발해 종석대(1360m) 아래쪽에 도착하는 코스다. 노고단(1507m)에 바짝 접근한 곳에 도착지를 정했던 9년 전 계획과 달리 이번에는 노고단과 1.7㎞ 떨어져 있다. 구례군 관계자는 “새 노선은 반달가슴곰 보호구역을 침범하지 않고, 노고단을 둘러싼 생태경관 보전지역과도 600m 이상 떨어져 환경 침해를 훨씬 줄였다”고 말했다.

구례군은 8인승 전동 케이블카 38대를 하루 9시간 동안 운행해 6600여명이 이용하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이홍우 구례군 삭도추진단 팀장은 “이 코스를 걸어서 가면 3~4시간 걸리지만, 케이블카를 타면 10분 남짓이면 도착한다”며 “노약자와 장애인도 지리산 절경을 즐길 수 있다”고 했다.

하지만 환경부와 환경단체는 난색을 보이고 있다. 환경부 자연공원과 관계자는 “케이블카 설치 여부를 결정하는 국립공원위원회 심의를 위해선 지리산 인접 4개 시·군의 합의 노선 도출이 기본 조건”이라며 “구례군의 단독 추진에 대해선 심의가 열리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환경단체인 ‘국립공원을 지키는 시민의 모임 지리산사람들’ 윤주옥 대표는 “구례군의 사업 추진이 주변 지자체를 자극해 지리산이 개발 소용돌이에 빠질 수 있다”고 했다.

구례군은 케이블카 설치가 오히려 환경 보호에 보탬이 된다는 입장이다. 이홍우 팀장은 “케이블카 종점인 종석대와 가까운 성삼재 쪽으로 향하는 지방도를 이용해 지리산을 찾는 차량이 한 해 50만대고, 이들 차량이 배출하는 이산화탄소가 연간 840t”이라며 “전동 케이블카는 차량보다 훨씬 친환경적인 시설”이라고 했다. 구례군은 지리산 케이블카가 들어서면 이 도로를 아예 폐쇄한다는 방침이다.

구례군은 전남도와 ‘지리산 케이블카 TF’를 구성했다. 지리산 케이블카 사업이 대선 후보들의 선거 공약에 반영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김영록 전남지사는 “환경부는 4개 지자체가 자율적으로 협의해 1개 노선으로 합의안을 내라고 하지만, 이는 지역 갈등을 불러일으킬 뿐”이라며 “국가가 직접 지리산 케이블카 노선을 정하라”고 말했다. 김순호 구례군수는 “스위스 융프라우는 케이블카로 관광객을 끌어들이고, 국내에선 경남 통영과 전남 여수 등이 케이블카로 ‘관광 대박’을 터뜨렸다”며 “지역 소멸 위기에 직면한 구례군 입장에선 케이블카 사업은 사활이 걸린 문제”라고 말했다.

한편 강원 양양군이 추진하는 설악산 오색케이블카(3.5㎞) 사업은 2019년 환경부가 환경 훼손을 이유로 전면 재검토를 지시하며 제동이 걸렸지만, 지난해 국민권익위원회 중앙행정심판위원회 결정으로 설치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지방 환경청이 환경영향평가서 재보완 등을 잇따라 요구하며 아직 착공하지 못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