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경찰청 경찰관이 4일 브리핑을 앞두고 압수한 보이스피싱용 전화번호 변조기를 정리하고 있다./부산경찰청

해외 발신 인터넷 전화번호를 국내 휴대전화 번호로 바꾸는 ‘변조기’를 중국에서 밀반입한 뒤 전화금융사기(보이스피싱)에 이용한 18명이 경찰에 무더기로 붙잡혔다.

부산경찰청 강력범죄수사대는 이같은 혐의(전기통신사업법 위반 등)로 A(20대)씨 등 8명을 구속하고 10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4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중국 보이스피싱 조직과 짜고 이 발신번호 변조기 62대를 인천항 등으로 몰래 들여온 뒤 여러 보이스피싱 조직과 연결해 070, 1544 등 보이스피싱 조직의 인터넷 전화번호를 국내 휴대전화 번호(010)로 조작해주고 보이스피싱 피해자 30여명에게 5억원 가량의 피해를 입힌 혐의 등을 받고 있다.

항아리에 든 보이스피싱 전화번호 변조기./부산경찰청

경찰 조사 결과, 이들은 전국 모텔, 보일러실, 건물 옥상, 항아리 속, 차량 트렁크 등에 이 변조기를 몰래 설치해두고 무인 운영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이들은 서울, 부산, 경기도, 경남, 경북 등 전국 46곳에 변조기를 무단 설치해 운용했다”고 말했다.

이들의 전화번호 변조기는 전원을 공급하는 콘센트만 있으면 어디든 설치할 수 있는데, 중계기가 설치된 건물과 모텔 업주 등은 설치 사실조차 모르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고 경찰은 말했다.

경찰은 “요즘 사람들이 보이스피싱 범행을 피하려 070·1544 등 번호로 발신된 전화를 잘 받지 않자 전화번호 변조기를 이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보이스피싱 조직이 차량에 설치한 전화번호 변조기./부산경찰청

이들은 전화번호 변조기를 무인으로 운영하거나 차에 싣고 다니면서 전화번호를 불법 변경해주고 보이스피싱 조직으로부터 1인당 한 달에 많게는 400만원 가량을 대가로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김상동 부산경찰청 강력범죄수사1계장은 “휴대폰 등 국내 번호로 송신된 전화도 보이스피싱을 의심해봐야 하고 건물 옥상 등에 중계기 같은 수상한 물건이 있을 경우 곧바로 경찰에 신고해달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