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지사님도 사임하셨는데 아직도 도청에서 자리잡고 계시면 안되는 것 아닌가요?”
지난 4일 오전 경기도청 내부게시판에 해당 글이 올라왔다. 작성자는 예명을 ‘이제 떠나자’로 지었다. 제목은 ‘민선 7기 출범 시 캠프 및 성남시 등에서 도청에 입성하신 분들’이었다.
그는 “뒷배경 믿고 직원들에게 갑질하셨던 분들도 계시는데 이런 분들 이제는 스스로 자리를 정리하셔야죠?”라며 “떠나야 할 때를 알고 정리하시면 그나마 박수받을 수 있지 않을까요?”라고 반문했다.
다른 공무원은 댓글로 “민주당을 찍고 이재명 도지사도 찍었다”며 “따라지들 들어오면서 갑질할때는 마치 계엄군이 신발도 안 벗고 들어와 설친다는 기분이 들었다”고 적기도 했다. 그러면서 “(저는) 민주당에서도 비주류인 이재명 후보가 기대되긴 한다”면서도 “물론 민선 7기 따라지 님들은 빨리 나가주세요. 남 앞길 막지 말고 퇴사하세요”라고 썼다.
또 다른 공무원은 이형기 시인의 낙화를 댓글로 달았다. 이 시는 ‘가야 할 때가 언제인가를 분명히 알고 가는 이의 뒷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란 문장으로 시작한다.
이들이 지적한 부류들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지난 2018년 경기지사로 입성한 이후 함께 도정에 참여한 직원들을 말한다. 경기도 행정 1부지사를 지냈던 박수영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달 말 소셜미디어에 “전임지사와 측근들의 전횡으로 움츠러든 경기도를 다시 살려내자”는 글을 올렸는데 해당 글에 내부 상황이 어떠한지가 잘 드러난다. 그는 경기도를 친정에 비유하며 공직생활을 떠난 후에도 후배 공무원들과 평소 교류를 했다고 밝혔었다.
박 의원은 “경기도청이 도지사와 도지사가 채용한 어공들의 놀이터가 돼있었다”며 “지방별정 5급이 실국장(2~3급)의 정책결정을 사전검열하는 시스템에 자괴감을 느꼈다고 한다”고 언급했다. 여기서 ‘어공’은 어쩌다 공무원의 준말로 단기 계약직 공무원을 의미한다. 보통 단체장의 선거 캠프 출신들이 기관 입성 후 공무원이 된 경우가 일반적이다. 혹은 이재명 후보가 성남시장 시절, 다양한 인연으로 이 시장의 신임을 받아 지난 2018년 이후 어공이 된 사례도 포함된다. 이외 성남시 공무원을 하다 경기도로 전입해 온 일반 공무원도 있다. 이들은 정년이 보장된 공무원이지만 지사의 어공들과 같은 부류로 평가받는다.
박 의원의 글을 본 한 도청 공무원은 노조 게시판에 “다 맞는 말 아닌가”라며 “1부지사, 기조실장(2급), 자치행정국장(3급)…비서실 별정 5급만도 못한 역할과 기능이 없었던…이제 하루빨리 어공들 정리해야지”라고 감상평을 썼다. 그러면서 ‘기형적으로 비대하고 도정을 호령했던 비서실 기능’이라고 지적했다.
이 후보는 민주당 경선을 준비하면서 지난 6월 말 대권에 도전한다고 공식 선언했다. 이 시기를 전후로 도청 임기제 공무원 약 70명 정도가 일제히 퇴사해 현재 이 지사 캠프에서 활동 중으로 알려졌다. 지난 8월의 경우 경기도 산하기관 직원 노조에서 만든 것으로 알려진 ‘이재명 지사 낙하산인사명단’이 돌기도 했다. 당시 한 노조 관계자는 “이들은 도청 공무원들 사이에서 점령군으로 불렸다. 낙하산 인사는 약 90명보다 더 많을 수 있다”며 “자리를 주고 그 대가로 정치적 관계를 쌓아간 것 같다는 합리적 의심이 든다”고 말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는 경기지사직을 지난달 26일 사임했다. ‘이재명의 어공’ 들은 상당수가 사직했지만 일부가 아직도 도청과 산하기관에 남아있다. 이들은 이 후보가 추진하던 정책들이 지속될 수 있도록 가교역할을 하고 있다는 평을 받는다. 경기도의 한 간부는 “현재 남아있는 ‘이재명 라인’들은 지사의 부재로 인해 정책 중단, 누수될 정보 등 혹시 모를 변수를 막고자 있는 것이 아니겠느냐”며 “경기도 공무원들은 민선 7기 도정 운영방식에 반감이 많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