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 소송 중에 배우자의 불륜 현장을 사진으로 찍어 소송 증거 자료로 활용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하지만 불륜 현장이라고 해도 상대가 성적 수치심을 느낄 수 있는 장면을 촬영하는 것은 불법 행위라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법원 /뉴시스

울산지법 형사항소2부(재판장 황운서)는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53)씨에게 벌금 100만원을 선고했다고 8일 밝혔다. A씨는 지난해 8월 울산의 한 원룸 창문으로 사다리를 타고 들어가 침대에 있던 아내(46)와 한 남자(51)를 휴대전화로 찍고 폭행한 혐의로 기소됐다.

A씨는 지난해 8월 아내가 가정 불화로 집을 나가자 불륜을 의심해 아내를 미행하고 주거지를 알아냈다. 그는 같은 달 아내가 울산의 한 원룸에서 속옷 차림으로 신체 일부를 노출한 채 한 남자와 침대에 누워 있는 불륜 현장을 목격했고, 휴대전화 카메라로 동영상을 찍었다. 그는 1심에서 주거 침입과 상해죄로 벌금 200만원을 선고받았지만, 불법 촬영 혐의에 대해선 무죄 판결을 받았다. 1심은 “A씨의 촬영이 아내와 같이 있던 남자에게 도덕적 수치심은 줬더라도, 성적 수치심은 주지 않았다”고 밝혔다. 촬영 당시 아내가 팔이 드러나는 상의를 입은 채 이불로 몸을 감쌌고, 5초짜리 동영상에 성행위 장면이 없었다는 점도 고려했다고 했다.

하지만 2심 재판부는 “속옷을 입은 아내의 상반신 일부와 무릎 아래 맨다리가 찍힌 점, 얼굴과 상반신을 이불로 덮으며 촬영을 피한 점 등으로 미뤄 피해자들이 성적 수치심을 느끼지 않았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불법 촬영을 유죄로 판단해 벌금 100만원을 추가로 선고했다. A씨는 1심이 유죄로 인정한 주거 침입과 상해죄(벌금 200만원)에 대해선 항소하지 않았다. 이로써 그가 내야 하는 벌금은 300만원으로 늘어났다. 울산지법 관계자는 “아무리 불륜 현장이라 하더라도 수치심을 느낄 수 있는 장면을 촬영하는 것은 불법”이라며 “두 사람이 특정 장소로 들어가는 장면을 CCTV로 확인하는 등 다른 방법을 사용해야 한다”고 했다.